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를 매개로 공천 및 정책 결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3개월 만에 명씨가 지난 14일 구속됐다. 명 씨는 대선 기간 여론조사를 조작해 윤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하고, 그 대가로 특정 정치인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의혹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 개입 정황과 창원 국가산업단지 선정 과정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 그리고 이들의 개입 정도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의혹의 진위 여부에 따라 윤 정권에도 정치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명씨는 지난 2021년 대선 경선 동안 미래한국연구소에서 미공표 여론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의 지지율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부풀리거나 조작된 데이터를 윤석열 캠프에 전달했고, 이를 기반으로 선거 전략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명씨가 2021년 9월 윤 후보가 당시 홍준표 후보보다 2~3% 더 나오게 해달라는 식으로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한 육성 녹음이 공개되었고 윤 후보 측은 이같은 여론조사를 적극적으로 홍보에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가 명씨에게 격려금 차원에서 금품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명씨는 지난 8~9일 검찰조사에서 ‘김 여사로부터 돈을 받았냐’는 질문에 “두 번 정도 받았다”면서도 구체적인 액수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교통비 명복”이었다며 금품의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다.
2022년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과정에 명씨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명씨는 그해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 전 의원의 당 공천을 도왔고 이 과정에서 당시 윤 대통령 부부를 통해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입김을 넣은 정황이 드러났다. 김영선 전 의원실 회계자였던 강혜경씨와 명씨 간 통화에서 윤 대통령 부부가 김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 공개됐다. 명씨는 2022년 5월 2일 강씨에게 “여사님 전화 왔는데,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공천) 걱정하지 말라고 내보고 고맙다고. 자기 선물이래”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강씨는 공천과 관련된 정치자금 문제가 있었다며 공익 제보자로 나섰다.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녹음에서도 공천 개입 정황이 발견됐다.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김영선을 좀 해주라”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이들의 통화가 이뤄진 다음 날 김 전 의원은 여당 공천을 받았고 창원 의창 보궐선거에 당선돼 국회에 재입성했다.
이후 김 여사가 지난 4월 총선에서도 김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알려졌다. 명씨가 김 전 의원의 컷오프(공천배제)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 2월18일 한 여권 인물과의 통화에서 “김영선 컷오프야. 여사가 직접 전화 왔어”라며 “그러니까 빨리 기사, 빨리 내 갖고 빨리 확인하고. 그 기사를 여사한테 줘야 돼요. 나한테 빨리 보내”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전 의원은 같은 날 2022년 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지역구인 창원 의창을 떠나 김해갑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지난 3월2일 국민의힘 공관위 발표 결과 최종 컷오프됐다.
명씨는 대선 이후부터 김 여사를 배경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하며 공천뿐만 아니라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도 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잇따른다. 명씨가 경남 창원의 국가첨단산업단지(창원산단) 선정에도 관여한 정황들이 드러났다. 그는 창원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기 전 관련 정보를 미리 입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산단 인근 토지 매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는 검찰조사에서 “대외비 자료는 내가 최초 제안자니까 공무원들이 보여준 것”이라며 “자료를 보고 바로 폐기했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명씨는 2022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김 여사의 요청으로 미공표 여론조사를 지시한 사례도 밝혀졌다. 당시 명씨는 “사모님이 궁금해하신다”는 이유로 여론조사를 돌렸으며 이 자료가 김 여사에게 직접 보고되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또한 강원도지사 공천 과정에서도 김 여사가 직접 관여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명씨는 “사모님 덕분에 김진태를 살렸다”고 발언하며 김 여사의 적극적 역할을 암시했다. 야권은 명씨의 발언들을 두고 공천 과정 전반에 걸쳐 비선 권력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보며 특별검사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 11일 명씨와 김 전 의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명씨에게 공천을 바라고 1억2000만원씩 건넨 혐의를 받는 지방선거 예비 후보 2명도 구속영장 청구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 파급력이 큰 사건들로도 수사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검찰은 법원 허가를 받아 최장 10일간 명씨의 구속기간을 연장한 뒤 내달 초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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