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레전드인 박주영(39)이 화려한 라스트 댄스를 선보이며 사실상의 현역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울산 HD는 23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8라운드 수원FC와 홈경기에서 4-2로 대승을 거뒀다. 후반 막판 홈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위해 교체로 들어간 박주영이 2-2에서 결승골을 돕고, 쐐기골을 터뜨리며 이날 경기 영웅이 됐다.
박주영은 올 시즌을 사실상 은퇴 시즌으로 보내고 있다. 지난 10일 ‘친정’ FC서울과 원정경기에서 749일 만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당시 박주영은 은퇴에 대해 “은퇴를 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그 부분은 ‘노코멘트’하겠다”면서도 “자연스럽게 될 것 같다. 내가 멈추면 그게 은퇴”라고 언급했다.
이날 마지막 홈경기를 맞아, 박주영은 교체 투입으로 홈팬들 앞에 섰다. 2-2로 맞선 후반 28분 심상민과 바통 터치했다. 박주영이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끝냈으면 하는 김판곤 감독의 바람도 있었다.
박주영은 사령탑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투입된 지 단 11분 만에 경기 판도를 뒤바꿨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특유의 움직임으로 수원 수비진을 흔든 뒤, 아타루의 역전골을 도왔다. 박주영의 침투와 센스있는 패스가 빛난 순간이다. 이 어시스트로 박주영은 국내 통산 100번째 공격포인트를 달성했다.
도움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걸까. 박주영은 내친김에 골까지 터뜨렸다. 3-2로 앞선 후반 44분, 문전 앞으로 날아온 이청용의 크로스를 넘어지면서 골문으로 밀어 넣었다. 박주영은 대표팀과 FC서울, 울산에서 오랫동안 함께한 이청용과 뜨거운 포옹을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1골1도움으로 경기장을 종횡무진 박주영은 이날 경기까지 더해 국내 무대에서 287경기 77골24도움을 기록하게 됐다. 경기 후 박주영은 “감독님에게 ‘선수들과 마지막으로 재밌게 공 차고 마무리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공격포인트를 올릴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청용이의 크로스가 기가 막혔다. 그래서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주영의 아름다운 이별을 도운 김 감독은 “더 (선수) 하겠다고 우길까 걱정”이라고 재치있게 말한 뒤 “대표팀, K리그 레전드 다운 엔딩”이라고 박주영을 치켜세웠다.
박주영의 활약 덕에 최종전에서 소중한 승리를 챙긴 울산은 경기 후 최고의 분위기 속에서 우승 트로피 수여식을 진행했다.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HD현대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자리를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