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충실 및 보호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을 두고 국회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저평가된 국내 증시 부양을 위해 법 개정을 미룰 수 없다는 쪽과 시장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해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쪽으로 엇갈린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일 상법 개정안 최종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크게 △이사 충실 의무 확대 △집중 투표제 실시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3가지다.
개정안은 일반주주를 대변하는 독립이사를 선임해 사익편취 등 일탈을 막고,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늘려 일반·소수주주 권익을 강화했다. 만일 총수 일가 등 지배주주를 위한 부당한 결정이 이뤄지면, 일반주주는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야당은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정하고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려는 입장이다.
상법 개정이 화두가 된 이유는 침체된 국내 증시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계 증권 시장 가운데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만 최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상법 개정으로 국내 증시가 저평가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지목된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 법 개정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기업 성장 저해와 배임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법 개정 시점이) 부적정하진 않다”며 “국내 증시에 있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중요하고, 개선을 위해서 (법 개정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면 신속하게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법조계 관계자는 “장기 비전과 주주가 충돌할 수 있는데, 주주이익을 먼저 해야 한다면 그것도 배임행위가 될 수 있다”며 “경영인이 고려할 사항이 많아지는 건 사실인데 현행 상법도 취지를 잘 이해하고 지키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법 개정이 필요할진 애매하다”라고 밝혔다.
서은숙 상명대 교수도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가 투자자 보호에는 도움이 되는데, 투자자 보호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도 충분하다”며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건 동의하지만 지금도 충실의무는 다하고 있다”고 평했다.
다만 서 교수는 “법 개정을 부정하는 입장에서 보면 기업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고 소송도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찬성하는 입장에선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법 개정 시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가 확실하게 갈릴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와 정부는 반대 입장이다. 해외 투기 자본 공격으로 이사회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외국 투기자본이 상법 개정안을 빌미로 기업에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경영권을 위협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자원을 낭비하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