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이룬 기업명가 재건…조병규 우리은행장 연임 포기

못다 이룬 기업명가 재건…조병규 우리은행장 연임 포기

“조직 쇄신 위해” 사임 의사
기업대출 1위 포부…상반기 역대 최고 실적
발목 잡은 전 회장 사법리스크

기사승인 2024-11-26 16:30:48
조병규 우리은행장. 우리은행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끝내 사퇴의사를 밝혔다. 차기 행장 후보는 이번주 안에 발표된다.

26일 우리금융은 “조 행장이 조직 쇄신을 위해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이사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조 행장은 아울러 차기 행장 선출을 위한 후보군에서 본인을 제외해 달라고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에 요청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조 행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며칠 전이다. 후임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힌 뒤, 이를 공표해 조직 혼란을 최소화 하려는 조 행장 의도로 풀이된다.

자추위는 조 행장 의사를 반영해 후임 은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차기 후보군은 김범석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 부행장, 박장근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 등 6명으로 추려졌다. 이번주 최종 행장 후보가 나올 전망이다.

조 행장은 1965년생으로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상업은행으로 입행했다. 우리은행 기업그룹 집행부행장을 지낸 ‘기업영업통’이다. 지난해 3월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에 선임됐으나,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도입한 오디션 형식의 은행장 선발 절차를 거쳐 우리은행장에 낙점됐다.

조 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기업 금융 명가 재건’을 내걸었다. 오는 2027년까지 기업 대출을 30조원 늘려 기업 대출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적도 개선됐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 1조6735억원을 달성했다. 직원들과 격의없이 자주 소통하는 CEO로 좋은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일선 직원 사이에서는 금리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기업대출 실적을 높이기 쉽지 않다는 불만도 있었다. 

조 행장은 지난해 7월부터 이원덕 전 행장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아 우리은행을 이끌어 왔다. 그는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5대 시중은행장은 통상 2년의 임기를 부여받고 1년 단위로 연임이 결정된다. 조 행장 임기도 이같은 관행을 따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에 연루돼 생각지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손 전 회장은 우리은행이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 혹은 개인사업자에게 350억원대 부당 대출을 내주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손 전 회장이 70억~100억원대 추가 불법 대출을 지시하거나 관여했다고도 보고 있다. 손 전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 구속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검찰은 조 은행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이 문제의 부당대출이 이뤄진 과정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부분도 들여다 보고 있다.

조 행장은 자추위 가동 이후에도 연임 의사를 주변에 피력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며 끝내 발목을 잡혔다. 자추위 위원들도 지난 22일 열린 비공개 정례 이사회에서 조 행장 연임이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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