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해상풍력 잠재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이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발전 용량을 현재의 3배 확충하겠다고 약속한 가운데, 관련 법·제도 개선, 그리드 분야 투자, R&D(연구개발) 지원 등 한국 풍력산업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지난 26일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아태 풍력에너지 서밋 2024’에선 ‘아시아태평양이 선도하는 재생에너지 시대’라는 주제 하에 아태지역 재생에너지 산업계 리더, 정책입안자, 유관기관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모여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와 관련해 의견을 모았다.
지난해 말 COP28(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태지역과 전 세계 120개 국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효율 개선율을 지금의 2배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용량은 지금의 3배 확대하기로 서약한 바 있다.
이날 ‘3xRE(재생에너지 3배 확대) 달성을 위한 아태지역의 글로벌 경쟁 주도’에 대해 발표한 가우리 싱(Gauri Singh) 국제 재생에너지기구 부사무총장은 “우리의 목표(COP28 서약)를 수치로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총 3865GW(기가와트)의 전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030년까지 1만1174GW로 확대돼야 하며, 특히 해상풍력의 경우 현재 대비 6배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지난 한 해 동안 글로벌 재생에너지 설비가 500GW가량 확충된 것은 긍정적인 소식이며, 이 같은 모멘텀을 놓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 부사무총장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확대만큼 연간 에너지 원단위 효율성 개선율을 현재 평균 2%대에서 4%대로 향상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 이는 교통·빌딩·산업 각 분야서 최적의 효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특히 전력계통망 등 그리드 분야 투자가 중요함에도 그 규모는 전체의 1% 수준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2년간 약 2배가량 투자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2050년에는 전체 전력의 25%가량의 비중이 국가 간 거래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국가 간 거래와 협력을 통해 아태지역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리드 확보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데다 풍속도 초속 6~7m/s로 해상풍력 등 풍력산업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음에도, 장기간 소요되는 인허가 절차와 높은 비용 등 진입장벽으로 인해 잠재력 대비 추진 속도가 더딘 상태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전남 지역 등을 중심으로 해상풍력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지역RE100협의체 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석 부산대학교 교수는 “해상풍력발전 터빈 등 부품 체계와 풍력 테스트 베드 등 여타 시스템이 우리나라 조선산업 시스템과 유사해 부산에서 모두 갖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풍력을 기점으로 수소·탄소포집을 결합한 허브를 구축해 궁극적으로 글로벌 그린 허브 시티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민 등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주민수용성 확보, 관련 산업 확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정주철 부산대학교 교수는 “사실 부산이 원자력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를 조달하고 있고 신재생에너지는 전체의 5% 미만으로 낮은 편에 속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데 지역사회가 어느 정도 합의는 된 상황”이라면서도 “해상 산업이 발달한 지역인 만큼 선박 항로와 겹치지 않도록 설계돼야 하고, 주민 소음·시각적 영향 최소화를 위해 주민 밀집 지역에서 최소 10km 거리를 둬야 하는 등 지역사회와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도현 에퀴노르코리아 전무는 “특히 부유식 해상풍력에 있어 부산은 위치가 매우 좋다”면서 “다만 현행법상 항만에선 선적 행위만 가능하기에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터빈 조립 행위 등 허가에 대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이에 앞서 터빈 등 중량 부품 무게를 견디기 위한 항만 헤비존(heavy zone) 보강 등 작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해상풍력 전문 회사이자 국내 해상풍력 산업에서 여러 성과를 거두고 있는 영국기업 코리오제너레이션의 최우진 한국 총괄 대표는 부산 해상풍력 사업의 성과 및 진행 경과에 대해 설명했다.
최 대표는 “저희가 본진인 영국 다음으로 가장 활발하게 투자하는 곳이 한국이고, 이곳에서 ‘자본·금융·기술의 국산화’를 목표로 국내 금융사·기업들과 함께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그동안 유럽·북미 등 수출을 중심으로 하고 있었기에 잘 모르는 분들도 많지만, 부산은 지역적 조건뿐만 아니라 해상풍력 인프라, 해상풍력 부품 관련 기업이 많이 자리해 있어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해운대 청사포(40MW), 다대포(96MW) 해상풍력산업 단지 등 사업 초창기부터 주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타워 개수를 조정하는 등 계획과 설계를 변경해 왔고, 또 어민들에 대한 보상 외에도 일반 주민의 해상풍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TV광고·문화행사 등을 많이 진행해 왔다”면서 “청사포 등 사업에서 대부분의 주민수용성을 확보했지만 단 1%의 우려도 남지 않도록 주민협의체와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또 “특히 가장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다대포 사업의 경우 사하구청장께서 인허가 등 행정절차에 대한 도움을 적극적으로 주고 계셔서 기초지자체의 노력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는 속도가 정말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부산의 좋은 조건을 토대로 주민수용성, 사업 추진과 관련된 모범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