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재차 의견을 밝힐 지 이목이 집중된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KB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 지속적으로 구두개입 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와 은행들의 최고경영자(CEO) 인사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이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회장 후보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번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회장 선정을 위한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선정한다. 차기 회장 최종 후보는 내달 말 결정될 전망이다.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리는 금융지주는 그동안 CEO 승계절차가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기존 CEO가 별다른 검증 없이 연임하거나 후계자 선정에 부당한 입김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CEO가 자신과 가까운 사람으로 이사진을 구성, 이사회가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CEO의 3~4연임은 관행처럼 받아들여졌다.
이 원장은 취임 후 CEO의 무리한 연임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당국은 은행권 지배구조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도 만들었다.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은 올해부터 적용을 시작했다.
이 원장이 CEO 장기집권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면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이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이 원장은 때마다 직설적 화법으로 관심을 끌었다. 이 원장은 지난 2022년 중징계 제재에도 연임에 도전하는 손 전 회장을 향해 “당사자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KB금융 윤종규 전 회장의 4연임이 거론되던 지난해 7월에는 “평가 기준이라든가 후보 선정, 그리고 후보에 대한 공평한 기회 제공이 합리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부탁과 기대가 있다”고 언급했다. KB금융이 양종희 후보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한 뒤에는 “(승계) 대상을 다 확정한 후 기준과 방식을 정했다”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 원장은 DGB금융지주가 김태오 당시 회장 연임에 걸림돌로 지목되던 나이 상한선(만 67세 규정)을 손질하려 하자 일침을 놨다. 이 원장은 지난해 10월 “이미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열린 상황에서 현 회장 연임을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꾸는 건 축구 시작하고 중간에 룰을 바꾸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결국 김 전 회장의 3연임은 좌절됐다.
J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최근 나이 제한 규정을 손질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10일 70세가 넘어도 이사로 재직할 수 있도록 내부 규범을 바꿨다고 공시했다. 지난 2일 열린 하나금융 이사회에서 이 안건이 결의됐다. 이에 따라 현재 68세인 함영주 회장이 내년 3월 연임에 성공하면 향후 최장 3년간 임기를 보장받는 것이 가능해졌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3연임이 결정됐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국은 이번 건과 관련해 하나금융과 사전교감은 따로 없었다. 내규를 바꾼 타이밍도 아쉽다는 의견이 나온다. 연초도 아니고 승계절차 개시 하루 전, 현 회장에 영향을 끼치는 방향으로 규정을 바꾸는 건 오해를 사기 좋지 않냐는 것이다. 지배구조 모범관행 시행을 비롯해 CEO 선임절차의 투명, 공정한 운영을 강조해온 당국 행보와도 동떨어져 있다.
이 원장은 아직까지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탄핵 정국에 모든 시선이 쏠려있는 데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 원장이 발언을 한다 해도 취임 초만큼 힘을 받기 어려울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감원은 이달 발표하기로 했던 우리금융·우리은행 검사 결과도 내년 초로 연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