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기조와 맞물려 시장 자금이 달러로 몰리고 있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원화가치 하락이 이어지자 투자심리도 달러로 기우는 모습이다.
21일 코스콤 ETF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부터 19일까지 KODEX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2X에 20억원이 순유입 됐다.
레버리지2X는 특정 주가 지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거나 역방향으로 투자하는 걸 의미한다. 이 상품은 한국거래소 미국달러지수 수익률을 같은 배수로 추적하는 ETF(상장지수펀드)다.
이 기간 환율은 오름세를 유지했다. 계엄사태 당일 환율은 1425원까지 올랐고 이후로도 꾸준히 오르더니 19일엔 1451.9원을 기록했다. 주간거래 종가가 1450원대를 넘긴 건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만이다. 20일 종가는 1451.4원으로 이틀 연속 1450원선을 유지했다.
환율이 급등한 건 비상계엄 사태로 불안해진 정국 때문이다. 정치적 불안으로 투자 심리가 마비된 와중에 달러가 강세를 띠자, 투자자들 사이엔 환차익에 대한 관심도 부쩍 커진 상태다.
달러투자는 이율 등 경제적 이점도 많다. 가령 은행에서 외화예금(달러통장)을 개설해 달러를 사면 그날 환율 시세에 따라 달러로 환전돼 통장에 찍힌다. 추후에 달러가 오르면 매도해서 원화로 받을 수 있고 달러로 출금할 수도 있다. 예금에서 발생한 이자는 15.4% 이자 소득세를 내지만, 환율이 올라서 발생한 이익엔 과세하지 않는다.
투자방법도 다양하다. 기본적인 미국 주식 매수가 있고, 달러RP(환매조건부채권)도 있다. RP는 증권사가 나중에 되사는 조건으로 파는 채권이다. 증권사는 달러로 표시된 안전한 국공채나 우량회사채에 고객 돈으로 투자한 다음 발생한 수익을 돌려준다.
이런 장점 때문에 달러투자 상품에 자산이 유입되고 있다. ‘신한달러단기자금펀드’는 올해에만 5500억원이 유입됐다. 신한자산운용 ‘SOL 미국배당미국채혼합50’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은 1500억원을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상승으로 달러에 눈을 돌리는 건 당연하다”며 “시장이 봤을 때 동일한 해외주식형 상품이라도 환 노출한 상품이 성과 면에서 더 좋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과로도 차이가 있고 실제로 달러에 투자 수요가 늘었다”고 언급했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한 달러 강세 흐름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인 시장 컨센서스는 강달러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며 “환율이라는 건 양국 간 금리 차이로 발생되는 건데, 환율이 무한정으로 치솟진 않겠지만 미국 경기가 특별히 나쁜 게 아니어서 흐름이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