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녀들’, 송혜교가 담배까지 피웠는데 [쿡리뷰]

‘검은 수녀들’, 송혜교가 담배까지 피웠는데 [쿡리뷰]

기사승인 2025-01-23 10:32:06 업데이트 2025-01-23 13:34:27
영화 ‘검은 수녀들’ 유니아 수녀(송혜교) 캐릭터 포스터. NEW 제공

송혜교는 있는데, 알맹이가 없다. 영화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 이야기다.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 스핀오프 격으로,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구마 사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수녀들이 금지된 의식에 나선다는 설정이 구미를 당긴다.

시작부터 강렬하다, 수녀의 흡연이라니. 통념을 깨는 유니아 수녀(송혜교)의 면모는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장치로 충실히 작용한다. 단순 자극만을 위한 요소가 아니라는 점도 서사로 설명된다. 희준(문우진)을 살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대포’ 기질을 보면, 담배와 욕설을 달고 산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

영화 ‘검은 수녀들’ 유니아 수녀(송혜교) 스틸. NEW 제공

다만 이야기가 세계관으로 급히 들어 앉힌 관객에게 내놓는 상치곤 부실하다. 미카엘라 수녀(전여빈)의 전사는 나름 흥미롭지만, 관객의 시선은 유니아 수녀에게 향해 있다는 점을 간과한 모양새다. 서품도 받지 않은 수녀가 왜 구마 의식을 배우게 됐는지, 삶이 얼마나 고단했기에 담배를 끊지 못하는지, 끝까지 봐도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 “유니아 수녀였다면 그랬을 것 같다”고 부연하기엔 무책임하다.

또 작품은 무속신앙부터 타로까지 끌어와 시종일관 ‘연대’를 외친다. 집요한 악령의 마지막 발악에 대응하는 방식 역시 ‘연대’다. 그러나 이 신뢰를 쌓아올리는 과정이 빈약하게 그려져 연대가 헐겁게 느껴진다. ‘형식이 어찌 됐든 진심은 통한다’가 주요 메시지인데, 어쩐지 공허한 외침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결국 악령을 퇴치하는 과정만이 작품의 전부다. 오컬트물이니 당연하다고 맞받아치기엔 장르 특유의 기묘한 분위기와 공포감이 부족하다. 이를 보완할 서사적 요소도 없으니, 캐릭터가 주는 신선함은 아쉬움으로 귀결된다. 송혜교의 새로운 얼굴은 제법 매력적이었기에 더더욱 아쉽다. 오는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4분.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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