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방어 성공한 고려아연, ‘후반전’ 소송 공방 행보는

경영권 방어 성공한 고려아연, ‘후반전’ 소송 공방 행보는

- 영풍·MBK, “탈법적 출자구조” 공정위 신고
- 임시주총 무효 가처분 등 추가 소송 진행
- 법원 판단 따라 소송 공방 확산·장기화 전망

기사승인 2025-02-01 06:00:09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고려아연 

고려아연이 지난 23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판정승을 거두며 일단 승기를 잡았지만, 영풍·MBK파트너스의 불복으로 소송 공방 ‘후반전’을 마주하게 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손자회사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의 전·현직 이사진, 최윤범 회장, 고려아연 법인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지난 31일 신고한 데 이어, 같은 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임시주총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앞서 임시주총 직전 고려아연은 SMC가 최씨 일가 및 영풍정밀이 보유한 영풍 지분 약 10.3%를 취득해 ‘고려아연→SMH(썬메탈홀딩스)→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구조를 형성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영풍·MBK 지분 40.97% 중 의결권 효력이 있는 지분이 15.55%로 축소되는 효과가 발생했다.

상법 제369조 3항에 따르면 A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손자회사를 통해 다른 B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경우 B사가 가진 A사의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지는데, 이를 이용해 영풍·MBK의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것이다.

관련 조치로 고려아연은 이사회 이사 수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는 안건을 통과시키고,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자 7명 모두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영풍·MBK의 이사회 진입을 완전히 방어하면서 사실상 판정승을 거뒀다.  

이에 영풍·MBK 측은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코너에 몰린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해 상호출자를 제한하는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탈법적인 출자구조를 만들어냈다”며 “고려아연과 최 회장은 물론, 이에 동조한 박기덕 사장, SMC CEO인 이성채, CFO인 최주원 등을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금지 및 탈법행위금지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반면 고려아연의 SMC는 “영풍에 대한 주식 매입은 적대적 M&A를 막아내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였다”면서 “주식회사로서 이사회의 의결을 거친 합리적인 재무적, 사업적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영풍·MBK 측은 이러한 탈법적인 출자구조에 따른 임시주총 자체가 무효라며 임시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도 즉각 제기했다. 오는 3월 예정된 정기주총에서 판도를 뒤집겠다는 계획에 따라 즉각 이뤄진 조치로 풀이된다.

MBK는 “지난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의는 위법 부당한 논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마땅히 취소되거나 무효화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법원이 영풍·MBK의 임시주총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다면 양측은 정기주총에서 또다시 표 대결을 해야 한다. 이 경우 고려아연 지분을 5%가량 더 보유한 영풍·MBK 측이 유리해지는데, 업계에선 이에 따른 고려아연 측 추가 대응 또한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는다. 가처분 및 정기주총 결과에 따라 소송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영풍·MBK 측이 이번에 제기한 공정위 신고에 따른 조사 결과도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 조사는 통상 6개월에서 1년가량이 소요되는데, 여기서 영풍의 의결권 제한 여부가 판가름 날 예정이어서 경우에 따라 추가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임시주총 직후 고려아연 측이 ‘이사회를 영풍 측에 전향적으로 개방할 수 있다’며 손길을 내밀었지만, 영풍 측에서 주총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분쟁의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송 공방을 포함해 이사회 진입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앞으로 더욱 깊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