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8000억 던졌다…韓증시 ‘관세공포’에 긴장감

하루에 8000억 던졌다…韓증시 ‘관세공포’에 긴장감

美관세 전쟁 현실화에 외인 韓증시 이탈
시총 상위 종목 줄줄이 약세

기사승인 2025-02-03 16:40:53 업데이트 2025-02-03 16:53:53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총성 없는 관세 전쟁이 시작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기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증권가는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3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충격에 국내 증시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날 2468.74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빠르게 낙폭을 키웠다. 오후 들어 3%대 급락세를 보이며 2450선에서 오르내리다 2453.95에 장을 닫았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723억원, 3731억원을 팔아넘겼다. 개인만 홀로 1조1277억원을 사들였다.

이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서 투자자들의 투심이 급격히 얼어붙은 영향이다. 대통령은 오는 4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관세를 전면적으로 부과하기로 했다. 멕시코와 캐나다산에 25%, 중국산에는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과 캐나다는 이번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하면서 이들 국가 간 무역 분쟁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들 3개 국가는 모두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에게 주요 거점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10.5% 늘어난 1278억 달러로, 7년 연속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관세 압박과 수입제한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철강, 반도체 등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사했다. 산업·무역정책을 지휘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지명자도 한국의 가전, 일본의 철강 등 업종을 언급했다. 관세 인상분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고, 판매량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같은 우려에 멕시코, 캐나다 등에 현지 공장을 갖고 있는 국내 대형주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2.67% 내린 5만1000원에 마감했고, SK하이닉스는 4.17% 급락한 19만900원에 장을 마쳤다. LG에너지솔루션(-4.40%)과 현대차(-1.94%), 기아(-5.78%) 등도 내렸다. 김경훈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와 이에 따른 글로벌 보복관세 움직임은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 의존 국가에 불리한 환경”이라며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수축 기조는 올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탈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때도 국내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뿐 아니라 한국의 일부 품목에도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중국에 생산기지를 뒀던 국내 주요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9%에서 이듬해 2%까지 하락했다. 2018년 1월 2598.19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같은 해 10월 1996.05까지 내리는 등 변동성도 확대됐다. 

반면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과 같은 전면전으로 사태가 커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3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사안으로 증시에서도 해당 수위의 관세 우려를 선반영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고 법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무역분쟁 전면화라는 최악 시나리오보다는 일부 관세 부과 후 협상의 시나리오에 높은 확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시작과 함께 관세·통상 정책 이슈에 대한 불안심리가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며 “시장 우려만큼 정책 시행 속도와 강도가 빠르거나 강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어 오히려 변동성 확대 시 비중확대의 기회”라고 판단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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