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전력 기술 총집합…발전·그리드 산업의 진화 [가봤더니]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전력 기술 총집합…발전·그리드 산업의 진화 [가봤더니]

- ‘일렉스 코리아&스마트그리드엑스포 2025’ 개최
-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대한전선 등 주요 업계 총집합
- 전력·설비용량 확대, 안전성, 친환경 등 기술력 주목

기사승인 2025-02-13 06:00:09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12일부터 14일까지 ‘일렉스 코리아(Elecs Korea, 구 전기산업대전) 및 코리아스마트그리드엑스포 2025’가 진행되고 있다. 김재민 기자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전력공급 단위가 급격하게 높아짐에 따라 대용량 첨단산업설비에 대한 전력설비 손상, 전기적 화재, 정전 등을 예방하는 안전장치의 중요성도 매우 높아졌습니다. 차세대 전력 제품 및 설루션에 대한 기술경쟁이 점차 심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LS일렉트릭 부스 관계자의 말이다. Chat GPT 등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지난해 60GW(기가와트) 수준이었던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수요는 연평균 22% 증가해 오는 2030년 171GW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전력기기 업계는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되는 ‘일렉스 코리아(Elecs Korea, 구 전기산업대전) 및 코리아스마트그리드엑스포 2025’는 이러한 차세대 전력·에너지 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 발전 5개 자회사 등 정부·기관과 전력기기 업체 300개사가 참여했다.

참가 기업 중 최대 규모인 450m²(50부스) 전시 공간을 보유하고 있는 LS일렉트릭은 ‘고객을 향한 무한 혁신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초전도 전류제한기 △스마트 배전반 △반도체 변압기 △반도체 차단기 △공조시스템 등을 소개했다. 

‘일렉스 코리아(Elecs Korea, 구 전기산업대전) 및 코리아스마트그리드엑스포 2025’ LS일렉트릭 부스 전경. 김재민 기자 

특히 안정적으로 대량의 전력 공급이 가능한 초전도 솔루션 ‘하이퍼그리드(HyperGrid) NX’는 초전도 전류제한기(SFCL)와 초전도 케이블(SC)을 통합해 대용량 전력망을 구성하면서도 고장 전류로 인한 정전·화재를 최소화한다. LS일렉트릭 부스 관계자는 “초전도체 특성을 이용해 정상전류에선 송·배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다가 사고전류 발생 시 저항체로 변화해 즉각 고장전류를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 부스의 효성중공업은 △AI기반 솔루션으로 전력설비를 모니터링하는 플랫폼 기반 전력설비 자산관리 시스템 ‘아모르 플러스’ △지난해 국내 최초 독자 기술로 개발한 200MW(메가와트)급 전압형 HVDC(초고압 직류 송전 시스템) △신재생에너지 발전,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돕는 STATCOM(정지형 무효 전력 보상장치) 등을 선보였다. 차세대 전력보상설비 STATCOM의 경우 효성중공업이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한 솔루션이다.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주요 전력기기 기업은 AI 데이터센터발(發) 전력사용량 급증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정전·화재 등 사고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특히 강조했다. 인근 부스의 일선시스템 역시 ‘스마트 소화튜브’를 탑재해 전력망 등 자동화된 산업현장의 화재 사고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거나 초기 진압할 수 있는 ‘퀵 제로 시스템’을 소개했다. 일선시스템은 해당 기술로 ‘2021 대한민국 우수특허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일선시스템 부스에 전시돼 있는 ‘퀵 제로 시스템’. 스마트 소화튜브로 자동화 설비의 화재 사고 위험을 사전 감지하거나 초기 진압하는 역할을 한다. 김재민 기자 

일선시스템 관계자는 “각 기기에 설치된 소화튜브가 발열 등을 감지해 사고를 사전 예방하고, IoT(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를 즉각 모니터링해 대응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편, 안전성과 더불어 탄소배출 저감에 대한 주목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진전기는 HVDC 시장에 대비한 320/525kV(킬로볼트) HVDC XLPE(가교폴리에틸렌) 케이블과, 국내 최초로 한전 실증 송전선로에 적용될 154kV급 친환경 PP(폴리프로필렌) 케이블 등을 선보였다. 일진전기 관계자는 “케이블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가교부산물을 저감한 XLPE에 이어 PP를 통해 가교부산물 자체의 발생을 억제해 탄소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환경부로부터 케이블 제조공정 녹색기술인증 획득을 완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일진전기는 전력기기 부문에서도 식물성 절연유를 적용한 친환경 변압기 제품군, 해상풍력용 72.5kV 친환경 GIS 및 25.8kV, 170kV 친환경 GIS(가스절연개폐장치) 제품군을 소개했다. 

국내 대표 전선기업인 대한전선은 HVDC 시스템, 노후 송전망 교체솔루션과 더불어 해상풍력 솔루션을 선보였다. 지난해 국내 첫 취항 사례이자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용 CLV(Cable Laying Vessel) 포설선 ‘팔로스’를 토대로 전력인프라의 필수요소인 해저케이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6200톤급 포설선인 팔로스는 해저케이블을 최대 4400톤 적재할 수 있으며, DP2(Dynamic Positon) 시스템을 탑재해 케이블의 정밀한 위치 제어가 가능하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일렉스 코리아(Elecs Korea, 구 전기산업대전) 및 코리아스마트그리드엑스포 2025’에서 LS일렉트릭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전력기기 및 전선업계는 이 같은 기술력을 앞세워 도널드 트럼프 2기 체제에서의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오전 행사장에 방문한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해외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스마트 솔루션 개발과 시장 개척에 선도적으로 나선 결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가 창출되고 있다”며 “K-일렉트릭 대표 기업으로서 세계적 전력 슈퍼사이클 시대에 확실히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세 정책으로 미국 시장에 나가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한국 업체들 사이에서 미국에 공장을 지으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전력 수요 폭발로 이어질 것이고 회사는 초고압 변압기, 배전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사업 영업력을 강화해 미국 시장에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AI 데이터센터 급증, 탄소중립 실현 등으로 호황을 맞고 있는 중전기기 산업이 수출을 견인할 수 있도록 업계는 올해 수출 목표를 역대 최대인 162억달러로 설정했다”면서 “목표 달성을 위한 민간 공동의 노력을 당부드리고, 정부 역시 R&D 투자, 세제 지원, 무역보험과 해외 마케팅 지원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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