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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일러 ‘톱2’를 달리는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 대립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2023년부터 이어진 보일러 열교환기 특허권 분쟁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양사는 해외 시장 공략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업계 1위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이다.
경동나비엔 “우리 기술” 주장에…귀뚜라미 “원래 있던 것”
14일 업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은 상반기 중 귀뚜라미보일러를 대상으로 한 특허권 침해 소송에 들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경동나비엔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귀뚜라미의 자사 콘덴싱 보일러의 핵심 부품인 열교환기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됐기 때문이다. 현재 귀뚜라미보일러의 ‘거꾸로 에코 콘덴싱’ 제품은 판매 금지 조치됐다.
양사의 특허권 분쟁은 지난 2023년부터 이어져 왔다. 앞서 경동나비엔은 지난 2023년 12월 법원에 “귀뚜라미가 자사 열교환기 기술을 무단 도용했다”며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후 지난해 2월 귀뚜라미가 특허권 무효심판을 제기했고, 같은 해 9월에 특허심판원은경동나비엔의 특허 4개 가운데 2건은 무효, 1건은 부분 무효, 1건은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문제가 된 특허 4건은 △1번 특허(청구항 19개): 열교환기 유닛(밑으로 갈수록 계단식으로 단면적이 감소되는 열교환기 케이스 구조) △2번 특허(청구항 19개): 열교환기 유닛(아래로 향할수록 단면적이 감소되는 열교환기 케이스 구조) △3번 특허(청구항 13개): 열교환기 유닛(핀 간격이 상부보다 하부가 넓고, 하부 배관이 병렬 구조) △4번 특허(청구항 9개): 연소실 및 이를 포함한 보일러(연소실 단열을 위한 공기층 배치 구조) 등이다.
이 중 1번 특허가 인정을 받았고, 2번 특허는 청구항 19개중 1개만 인정됐다. 3, 4번은 무효 판정을 받았다.
특허심판원 결정을 두고 양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동나비엔은 상반기 중으로 귀뚜라미가 자사 특허를 침해한 제품을 판매했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그러나 귀뚜라미는 인정받은 특허 1번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특허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으로 대치할 것으로 보인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열교환기 기술 자체는 범용적으로 쓰이는 것이 맞지만, 자사가 개발한 기술이 독자적인 열교환기 기술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차별점이 있다면 특허가 인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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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나비엔은 수출 날개, 귀뚜라미는 냉방 사업까지 확대
양사는 매출과 성장 전략에 있어서도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북미 메인 난방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선다. 경동나비엔은 콘덴싱보일러와 온수기 분야에서 북미 시장 1위에 올랐고, 북미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섰다.
올해는 북미에서 가장 보편적인 난방 방식인 ‘퍼네스’ 제품 영업망을 확대하고 이와 연계해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냉난방공조(HVAC) 기업으로 자리잡겠다는 전략이다.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북미 매출이 전체의 61%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경동나비엔의 지난해 전체 잠정 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액 1조3539억원이다. 전년 대비 12.4%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만 떼어 놓으면 매출 4003억72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북미 비중은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동나비엔은 10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북미 최대 규모 냉난방공조 전시회에 올해로 16년째 참여하기도 했다. 경동나비엔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친환경·고효율 기술을 선보였다“며 “콘덴싱온수기와 보일러 외에도 히트펌프, 콘덴싱 에어컨 등의 제품을 통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글로벌 냉난방공조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 밝혔다.
귀뚜라미보일러는 최근 ‘보일러 회사가 아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가정용 보일러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냉난방 시설을 발전시킨 것이다.
이에 귀뚜라미는 2006년 귀뚜라미범양냉방, 2008년 신성엔지니어링, 2009년 센추리 등 국내 냉동·공조 업체 인수를 통해 원전용 냉동공조기, 냉방기, 냉동기, 공조기, 신재생에너지 부분 국내 최대 기술력을 확보했다.
현재 귀뚜라미는 미국,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20여개국에 보일러를 수출하고 있다. 각 권역별 거점 국가를 중심으로 주변국까지 확장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러시아 법인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러시아 최대 냉난방 국제 전시회에도 참여했다.
사업 다각화와 수출 효과 등에 힘입어 귀뚜라미홀딩스의 매출은 2021년 9733억원에서 지난 2023년에는 1조2372억원까지 성장하기도 했다.
귀뚜라미보일러 관계자는 “귀뚜라미가 보일러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는데, 사실 이제 냉난방 회사라는 인식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며 “전체 사업 비율 중 냉방사업 비율이 40%를 넘어가고 있다. 현재 ‘보일러 회사가 아니라 냉난방 회사’라는 메시지를 담아 마케팅 활동도 지속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냉방 사업은 대부분 B2B(기업간거래) 시장에서 전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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