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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중, 응급, 외상, 분만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진료 과정에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의사의 중과실이 없는 한 불기소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전문위)는 총 17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종합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간 민간 보험 중심의 배상 체계에선 필수의료 의사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의료사고로 인한 고액 민사 배상 판결 시 보상한도는 적고 보상금 지급 절차는 복잡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의료사고 피해 환자에게 충분히 보상하고, 최선을 다한 의료진은 배상 걱정 없이 소신 진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전체 병의원에 의료 배상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가 운영하는 의료배상공제조합의 가입률은 의원 33%, 병원·종합병원 35.6%에 불과하다. 전문위에선 의료기관별 배상보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의료사고 예방 및 환자 안전 체계를 기관별로 평가해 보험료율을 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충분한 주의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신생아 뇌성마비, 산모·신생아 사망 등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는 오는 7월부터 보상금 한도를 최대 3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까지 상향토록 했다. 여기에 더해 중증, 응급, 외상, 소아, 분만 등 필수진료 행위에 대한 배상 한도와 보장 범위를 강화해 필수의료진의 배상 책임을 두텁게 보호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아울러 정확한 실체 규명이 어렵고 의료감정 절차가 부실해 수사와 소송이 장기화되는 경향을 해소하고 전문적인 수사체계를 지원하기 위한 가칭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신설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또 불필요한 소환조사는 자제하고 중대한 과실 중심으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민사 1심 재판까지 평균 5개월이 걸리는 반면 의료소송은 26개월이 소요된다. 손해배상 전부 승소율도 민사는 평균 14.2%인 데 반해 의료소송은 1.4%에 불과하다.
특히 수술 부위 착오, 잘못된 수혈·투약, 일회용 의료기구 재사용 등 명백한 의료과실 사항은 법에 명시하는 등 중과실 여부를 엄격하게 규정할 계획이다. 필수진료 의사는 단순 과실로 환자가 중상해를 입어도 불기소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정부는 다음 달 6일 의료사고 안전망 관련 공청회를 열고 각계 의견을 모은 뒤 의개특위 전체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2차 의료개혁 방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은 “고위험 필수의료 분야일수록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숙련된 의료진도 많은 부담을 갖고 치료에 임한다”며 “최선을 다한 의료진에 대한 형사처벌보다는 재발 방지, 사고 예방체계 구축 등을 통한 의료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의료사고 국가 보상금을 최고 10억원까지 지원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의개특위에서 보상금 액수까지 논의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