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철강업계…해 넘긴 조선 후판 가격협상은 언제쯤

한숨 돌린 철강업계…해 넘긴 조선 후판 가격협상은 언제쯤

-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 최대 38% 부과
- 철강 ‘가격 경쟁력’ 회복 기대vs조선 원가 부담
- 입장차 있어 단기간에 협상 결론은 어려울 듯

기사승인 2025-02-23 06:00:11
현대제철 공장에서 후판이 생산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저가 공세에 몸살을 앓던 철강업계의 숨통이 조금은 트일 전망이다. 다만 철강업계와 후판 가격을 협상해야 하는 국내 조선업계의 경우 원가 부담 가중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 해를 넘긴 협상 테이블의 간극이 단기간에 좁혀지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이어져 온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은 해를 넘겨 아직까지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두께 6mm의 두꺼운 철판인 후판은 주로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데,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두 번에 걸쳐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그간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수출 탓에 정상적 사업을 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쌓여왔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입된 철강재는 877만톤으로 2017년(1153만톤) 이후 7년 만에 최대 수준이었다. 이중 후판의 경우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수입 후판 210만톤 중 138만톤이 중국산이었다. 가격은 국산 대비 톤당 10~20% 낮다.

가격 경쟁력을 잃은 국내 철강업계는 조선업계와의 후판 가격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양측의 후판 가격 협상은 2023년 하반기 90만원 중반대에서, 지난해 상반기 소폭 인하된 90만원 초반대에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후판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15%에 달하는 현대제철이 지난해 7월 반덤핑 제소를 제기했고,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덤핑 사실과 덤핑 수입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실질적 피해를 추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하며 덤핑 방지 관세 27.91%~ 38.02% 부과 예비 판정을 내렸다.

철강업계는 이번 조치가 즉각 후판 가격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현재진행형인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서 적어도 90만원 중반대를 회복하길 바라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조차 후판이 톤당 70만원 초중반대에 판매되고 있는데 국내에는 이보다 낮게 유통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없었다”면서 “시장 경쟁력과 더불어 업계 현 상황 등을 고려하면 국산 제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고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선업계에선 원가 부담 상승 우려를 호소한다.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에서 20%를 차지하는 주요 원자재인데, 원자재 비용이 선박 수주 시점 대비 늘어나면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입 원자재로 제품을 만들어 다시 수출하면 관세를 물리지 않는 보세구역(사용신고)을 활용하는 HD현대 등 대형 조선사 대비, 수입신고 형태로 원자재를 조달해 국내에 유통하는 중소형 조선사는 그간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이 더 높았던 만큼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이해관계 차이로 인해 정부의 반덤핑 관세 부과가 해를 넘긴 후판 가격 협상의 속도에 영향을 주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협상 역시 예상 시기보다 지연돼 7월에야 마무리된 바 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과 조선업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동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판 협상과 관련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양측 업계가 지속 소통하며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후판 가격 협상과 별개로 철강업계에는 이번 반덤핑 관세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후판 3사의 후판 판매량 확대와 가격인상 가능성이 높아져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대제철은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덤핑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는데, 비중이 높은 열연강판에 대한 덤핑방지관세가 부과될 경우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의 실적 개선 기여도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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