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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고 필요하면 전기도 끊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증언이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나왔다.
이상현 특전사 1공수 여단장은 21일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4차 청문회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 같은 취지로 말했다.
이 여단장은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전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자신에게 보안폰으로 전화해 윤 대통령이 ‘문을 부숴서라도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전기라도 필요하면 끊어라’고 말씀하셨다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하셨단 말씀이냐고 복명복창했는데 ‘응’ 하고 약간 주저하면서 전화를 끊으셨다”면서 “제 차에서 이 전화를 받았기 때문에 차량에 탑승한 4명은 이 내용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여단장은 윤 대통령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치적 여파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지시가) 정치적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원들을 건물 밖으로 나오라고 통제했다”며 “부대로 복귀한 다음엔 지휘통제실로 가서 ‘상황일지를 수정하지 말라. 이 시간 이후로 수정하면 실무자는 공문서 위조로 처벌받는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증인으로 나온 안효영 1공수 작전참모(대령)도 이 여단장의 증언을 뒷받침했다. 안 대령은 “이 여단장이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한 게 맞냐는 이야기를 했고,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이를 들었다”면서 “문맥상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통령님 지시’라는 단어는 기억난다”고 했다.
김영권 방첩사 방첩부대장은 비상계엄 당시 곽 전 사령관이 전화로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있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김 부대장은 “사령관이 긴장하면서 전화를 받아 옆에 앉은 간부에게 물어봤더니 ‘코드원’이라는 단어를 들었다”며 “사령관이 전화를 받아 ‘예예 들어가겠습니다’라고 했고, 당시 특전사가 국회에 있어 (국회로 들어가겠다는 말로) 인식했다”고 했다. 군에서 코드원은 통상 대통령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남기동 특전사 감찰실장은 “(곽 전 사령관이) 경례하고 받은 통화가 있었다”면서 “특전사 경례 구호가 ‘단결’인데 ‘충성’이라고 하는 걸 봤을 때 상급자로 장관 또는 그 이상일 것 같았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