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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 6명 중 4명이 기준금리를 3개월 내 연 2.75%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현 수준에서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나머지 2명은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4명은 대내외 정책 여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 추가 인하 여력이 빠르게 소진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머지 2명은 경기 하방 압력을 고려할 때 추가 인하 가능성 열어놓고 여건 변화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라고 부연했다.
금통위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p) 낮은 연 2.75%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낮췄다가, 지난달 환율 불안을 이유로 금리를 3.0%로 동결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결정 배경에 대해 “올해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경기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공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1월(1.9%)보다 낮은 1.5%로 제시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말 이후 악화된 소비 심리가 실제 지표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고, 미국 신정부의 관세 정책도 국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당분간 경기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는 새로 입수되는 데이터를 토대로 물가 성장, 금융 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서 결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을 포함해 올해 기준금리를 2~3차례 인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지금 시장에서는 2월을 포함해서 2~3회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는 저희들이 가정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수준에서 금리 인하를 멈춰야 된다고 생각하는 견해는 많지 않다”면서 “다만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경기 외의 요소들도 보면서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없다는 건 과장된 보도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지난해 5월부터 시장금리가 상당히 하락했다”며 “시장 선반영으로 막상 기준금리 인하 후에는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8~9월 이후 거시건전성 규제로 신규 대출 가산금리가 떨어지지 않았다”면서도 “기존 대출까지 합한 가산금리는 떨어졌다. 신규 대출 가산금리도 조만간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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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8% 성장 받아들여야…한국 현재 실력이 그 수준”
물가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물가는 높아진 환율의 영향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지만 수요압력이 크지 않아 2% 내외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며 “가계부채는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과 매수심리 약화의 영향으로 낮은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지만, 금리하락 기조로 인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기대가 강화되고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재차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1.5% 이상 성장하기 위해선 재정정책과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재정정책이 없다고 해서 금리를 더 낮추게 되면 환율과 물가,가계부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금융안정 기조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금리 정책으로 모든 경기 문제를 해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내년 1.8% 성장률에 대해선 괜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과거 고도성장에 너무 익숙해서 1.8%라고 하면 위기라 하는데, 그게 우리 실력이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을 안 하고 기존 산업에 의존했기 때문”이라며 “신성장동력을 키우지 않고 해외 노동자도 안 데려오는데, 1.8% 이상으로 성장하려면 재정을 동원하고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이어 “더 높이 성장하려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게 제가 계속해서 드리는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20조원 이상 규모로 추경(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는 데 대해선 “부작용이 많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총재는 “추경은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떨어질 때 보완하는 역할”이라며 “진통제를 갖고 전처럼 훨훨 날게 하는 것은 부작용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 재정건전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성장이 낮아지는 원인은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