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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1년8개월 지연 끝에 최근 확정되면서, 정부가 신규 원전 2기 적기 시공을 위한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새 원전이 들어설 부지 및 조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7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내달 초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SMR(소형모듈원전) 1기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 절차 등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안내할 계획이다.
앞서 19일 여야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2024년~2038년 적용되는 제11차 전기본 보고를 받았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가 21일 전력정책심의회에서 이를 확정했다. 새 전기본에 따라 2038년 발전 예상량은 원전이 248TWh(테라와트시), 재생에너지는 206.2TWh로 산정됐다. 이 중 원전은 총 2.8GW(기가와트) 규모 대형 원전 2기, 0.7GW 규모 SMR 1기 건설로 확정됐다.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들어간 것은 지난 2015년 7차 전기본 이후 10년 만이다. 7차 전기본 당시 수립된 신한울 3·4호기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보류됐다가 지난해 10월부터 공사에 돌입했다.
원전 건설에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는 전기본이 확정되자마자 관련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모습이다. 한수원은 상반기 신규 원전 부지 선정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거쳐 하반기 부지 선정 유치 공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올 연말까지 부지 선정 결과를 공고하고 산업부가 예정구역 지정 고시를 하면 부지가 최종 확정된다. 한수원 측은 “산업부 예정구역 지정 고시는 내년 9월쯤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일정 상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수용성이 신규 원전 사업의 큰 변수 중 하나인 만큼 한수원은 자율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신청을 받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앞서 원전을 건설하려다 철회한 바 있는 경북 영덕, 강원 삼척 등을 후보지로 거론하고 있다. 두 곳은 앞선 전기본에 포함돼 한수원이 정부로부터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으로 지정받아 일부 부지 매입까지 진행했던 곳이다.
다만 관련 계획이 백지화된 후 수년이 지난 만큼 주민수용성이 현재까지 확보돼 있을 것이라 보긴 어렵다. 특히 영덕의 경우 당시 특별지원금 409억원이 지급됐다가 지정구역이 취소되면서 회수돼 관련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며, 삼척 역시 원전해체지역 일원을 지난 2022년 강원도 지역개발계획으로 변경, 대규모 에너지·관광복합단지로 조성하려 하고 있다. 삼척시는 연내 실시계획인가와 실시설계를 마치고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 기장군 등 기존 원전이 가동 중인 지역들도 거론되고 있다. 기장군은 국내 첫 원전이자 지금은 영구폐쇄 된 고리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40년간 원전 4기를 운영해 온 경험이 있다. 원전 소재 지역의 경우 이미 입지 조건을 갖춘 데다 주민수용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경북 경주와 울진, 울산광역시, 전남 영광 등 지역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규 원전이 들어서려면 주민수용성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지반, 충분한 물 공급 등 조건도 필요하다. 최근 송·배전망 부족 등 전력 인프라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발전 전력을 필요한 곳으로 보내기 위한 전력망 확충 여건도 갖춰야 한다.
원전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는 신청서와 함께 지방의회 동의서를 첨부해야 한다. 이후 부지선정위원회가 한수원의 기초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안전성, 환경성, 지질 조건, 건설 용이성, 주민수용성 등을 종합 평가해 추천 지역을 결정하게 된다. 국내 건설 사례가 없는 SMR 역시 신규 원전과 유사한 절차로 진행될 전망이다.
한수원 측은 “신규 원전 부지와 관련해 우선 검토 대상으로 고려하는 지역은 없다”며 “향후 안전성, 환경성,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자체 자율유치 등을 통해 부지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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