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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업계가 매년 안전관리 대책을 강화하지만 두 달 만에 사망사고가 16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을 도입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인명사고가 계속되면서 실효성 논란과 함께 업계의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28일 국토교통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국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16건에 달한다. 지난해 건설 현장 사망사고는 총 243건으로 2023년(241건) 대비 2건 늘었다. 중처법 시행 전후를 살펴봐도 2021년 266건에서 시행 후 2022년 246건으로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떨어짐)이 10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질병 43건 △깔림 32건 △물체에 맞음 23건 △끼임 15건 △감전 6건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붕괴 사고도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2020년 이후 붕괴사고를 살펴보면 △2021년 6월9일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로 9명 사망, 8명 부상 △2023년 12월24일 충북 청주 눈썰매장 이동통로 시설물 붕괴 15명 부상 △2025년 2월25일 경기 안성 세종고속도로 공사 현장 붕괴 4명 사망, 6명 부상 등이다.
이외에도 △2023년4월29일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지붕 구조물 붕괴 △2023년 8월9일 경기 안성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장 시설물 붕괴 2명 사망, 5명 부상 △2024년 2월1일 경기 평택 아파트 공사장 지하 2층 건설자재 붕괴 1명 사망, 1명 부상 등이다.
지난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소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교량 건설 현장에서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 4∼5개가 떨어져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했다. 해당 사고는 교각 위에서 빔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하중이 한쪽으로 쏠려 사고가 났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발생한 경기 안성세종고속도로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건설업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은 업종으로 꼽힌다. 지난해 3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업종은 건설업(98건)으로 전체 사고에서 46%를 차지했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은 지난 2022년 1월27일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의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됐다. 약 2년 후인 지난 1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됐다. 모든 사업장이 중처법 대상이 됐음에도 안전사고는 줄지 않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사망 사고가 발생한 건설사 명단 공개를 추진 중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은 사망 사고가 발생한 건설사들의 명단을 국토교통부가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건설기술 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100대 건설사 명단을 공개했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없다’는 건설 업계 항의가 잇따르자 지난해부터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사망자가 발생한 건설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 등 건설 사업자 명단과 공사명, 사망자 수 등을 분기별로 인터넷 등에 공개하도록 했다. 또, 명단 공개 자체는 국토부령으로 정하되, 구체적인 공개 범위와 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명시했다.
전문가는 중대재해 사고 발생 원인을 공사비와 무리한 공기로 지목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현장에서 붕괴 사고 발생 시 대부분 원인을 부실 감리와 안전제도로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대형 건설사 중심의 안전제도는 기반이 마련돼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원인은 빠듯한 공기와 공사비용”이라며 “공사 입찰 시 비용을 적게 잡는 경우가 있다. 그럼 결국 빨리 공사를 해야 하는데 야외 현장 특성상 폭설, 폭우, 혹한 등으로 변수가 생긴다”고 밝혔다.
서울세종고속도로 관련 중처법 적용 여부는 최종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 위원은 “중처법은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 여부를 살펴보고, 2단계는 고용노동부 조사다”라며 “이 과정에서 사업자가 사전에 충분히 안전보건 조치를 한 경우엔 법 적용 자체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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