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비를 놓고 촉발된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의 집안싸움이 원전 수출 확대 기조 속 크나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나아가 이달 예정된 체코 신규 원전 최종 계약에 대해서도 한전 자회사 간 교통정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말 법무법인 율촌을 통해 해외 원전 수출 체계를 한수원으로 일원화하기 위한 행정 절차와 법령 개정 사항에 대한 검토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원전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 방안’, ‘원전 수출체계 개선 방안’ 등 자료에는 원전 수출체계를 한수원 중심으로 일원화하고, 향후 조직을 ‘한국수력원자력공사(가칭)’로 개편해 한전의 원전 관련 자회사를 한수원 산하로 수직계열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한수원은 이러한 검토서를 기반으로 행정 절차 변경 등을 추진할지 내부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100% 자회사 한수원과 2016년 당시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에 따라 원전 수출 기능을 나눠 가진 상태다. 한전이 해외사업 경험이 많고 비즈니스 역량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면, 한수원은 원전 건설 등 기술력에서 앞서 있다.
이를 토대로 한국형 원전의 노형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되는 국가는 한전이, 노형 설계 변경 등 기술력이 필요한 국가는 한수원이 수출을 주도해 추진하기로 했다. 국가별로는 한전이 유럽·중동, 한수원이 동유럽을 맡는 구조다. 2009년 바라카 원전을 한전이, 체코 신규 원전 계약은 한수원이 주도하게 된 배경이다.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의 본래 의도는 송배전을 주 업무로 하는 한전의 업무 과중을 덜고, 기술력을 가진 한수원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완전한 업무 배분이 되지 않은 탓에 사업 추진 과정에서 꾸준히 잡음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러한 갈등은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비 정산 과정에서 폭발했다. 20조원 규모의 바라카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지난해 마지막 4호기 상업운전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1월 한수원이 공사기일 지연 등으로 추가 투입된 공사비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한전 측에 청구했고, 한전은 발주처인 UAE 측과 협의해 ‘팀코리아’ 차원에서 추가 비용을 정산 받은 뒤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국제 중재 비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수원이 정산을 요구했던 시기와, 원전 수출체계 일원화 검토 자문을 맡긴 시기가 비슷한 것으로 보아 한수원에서도 그간 이러한 구조에 대한 불만이 쌓여온 것으로 풀이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협상을 계속 진행하되 결렬되면 결과적으로 국제 중재로까지 갈 수밖에 없다”면서 “발주처와의 문제는 직접 계약을 맺은 한전이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향후 원전 수출 과정에 대한 영향이다. 당장 한수원은 이달 중 24조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최종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번 팀코리아는 한전이 아닌 한수원이 주도하고 있지만, 한전KPS, 한전기술 등 자회사와 더불어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협력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한전-한수원 갈등과 유사한 문제의 재발을 막으려면 사전에 비용·책임 등 구분을 확고히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국제 중재 등 원전 수출 확대 과정에서 불거지는 갈등은 ‘신뢰도’를 높은 기준으로 삼는 원전 사업 특성상 글로벌 시장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시급한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원전과 관련해 국내 기업 간 갈등이 잦은 것은 수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전례들을 토대로 향후 프로젝트와 관련해 수주 단계서부터 분쟁의 발생 여지를 줄일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과거 정부의 지시에 따라 한전과 한수원이 이 같은 갈등 및 불편을 겪게 된 만큼 문제 해결을 위해 총괄 주무부처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거버넌스 개편 문제에 대해 상당히 고민하고 있고,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해 원전 수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허성무 의원은 “한국이 원자력발전 세계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원전 수출 기능 일원화를 비롯한 거버넌스 개편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