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어?”
중계석에 송태곤 해설위원은 말을 잇지 못했다. 백홍석 9단이 김대용 심판으로부터 경고와 함께 벌점 2집을 받자, 대국을 더 이상 이어나가지 않고 돌을 담고 대국장을 빠져나갔다. 2-2 상황에서 펼친 5국, 팀 승리가 이 한 판으로 결정되는 최종국에서 나온 뜻밖의 결말이었다.
2024-20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3라운드 3경기가 22일 오후 7시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원익-한옥마을 전주 대결로 열렸다. 최종 스코어는 원익의 3-2 승리였다.
4국까지 2-2로 팽팽하게 맞선 양 팀은 5국에 이원영 9단(원익 3지명)과 백홍석 9단(전주 5지명)을 출격시켰다. 지명과 랭킹은 모두 이원영 9단 쪽이 높지만 상대 전적은 백 9단이 7승2패로 크게 앞서고 있던 터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승부였다.
하지만 이 대국에서 또 다시 심판 판정으로 인한 대국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에는 이원영 9단의 소속팀 원익 이희성 감독이 백홍석 9단의 착수 상황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 13일 12라운드 1경기에선 합천 고근태 감독이 백 9단의 착수 상황에 대해 문제 삼은 바 있고, 당시와 동일한 유형의 규정 위반이었다.


백홍석 9단이 착점 실수를 한 51수 상황에서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중계진은, 이희성 감독의 이의제기로 결국 대국이 중단되자 백 9단에게 일침을 가했다. 송태곤 해설위원은 “백홍석 선수가 기합 있게 두면서 돌이 밀리는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다”면서 “백홍석 선수는 착점을 조심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전에는 이 정도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생각을 계속 하기보다는, 논란이 나올 장면 자체를 안 나오게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이 대국이 5국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팀 승리를 결정하는 최종국이었다는 점이다. 심판 판정 직후 백홍석 9단이 대국을 더 이상 이어가지 않고 돌을 쓸어담자 한옥마을 전주 팀은 물론 이의를 제기한 원익 팀 검토실도 술렁이는 분위기를 보였다.
이에 대해 국후 인터뷰에 응한 박정환·이지현 선수에게 중계석에서 질문하지 않으면서 상황은 그대로 마무리됐다. 원익 주장 박정환 9단은 “팀이 중요한 순간에서 2연패 당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는데, 오늘 팀 승리로 다시 분위기가 좋아질 것 같다”면서 “마지막 라운드도 심기일전해서 좋은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날 승리한 원익은 팀 전적 8승5패로 선두 영림프라임창호와 동률을 이루며 개인 승패차에서 한 판 밀린 2위에 자리했다. 한옥마을 전주는 3승10패,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주는 만약 최종국에서 백홍석 9단이 승리했다면 7위 울산 고려아연을 끌어내리고 한 계단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어지는 마지막 4경기는 GS칼텍스와 마한의 심장 영암 대결로 23일 오후 7시에 속행한다. 최종 순위가 확정될 정규리그 마지막 14라운드는 오는 4월3일 통합라운드로 열리며, 이날 결과에 따라 포스트시즌에 오를 상위 4팀이 가려진다.
2024-20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제한시간은 1분 10초(피셔방식), 초속기다. 매 라운드 5판 3선승제로 승리 팀이 결정되며 각 대국은 순차적으로 열린다. 한 팀이 3-0, 3-1로 승리할 시 잔여 대국은 진행하지 않는다. 상금은 우승 2억5000만원, 준우승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이다. 상금과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 팀에 1400만원, 패배 팀에 700만원을 지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