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성인 인구 10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 가운데, 연속혈당측정기(CGM)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이 결합되면서 당뇨병 치료를 위한 혁신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국제당뇨병연맹(IDF)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전 세계 성인(20~79세) 중 약 9.3%가 당뇨를 겪고 있다. 이는 약 4억6400만명에 달하며, 오는 2045년에는 그 수가 약 5억48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뇨병 위험 단계에 해당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30세 이상 인구의 약 41.1%는 당뇨병 전 단계에 속한다.
당뇨병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CGM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CGM은 손가락 채혈 없이 피부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의료기기다. 운동, 식이, 약 복용 등 상태에 따른 혈당 변화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김난희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2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애보트·아이쿱 파트너십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CGM은 여러 연구논문을 통해 효과적으로 혈당을 조절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당뇨병 전 단계부터 사용하면 지속해서 늘고 있는 유병률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기업들은 CGM 개발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의료진과 환자의 활용도를 높인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는 추세다.
한국애보트는 지난해 CGM 신제품 ‘프리스타일 리브레2’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1분마다 혈당 수치를 기록하고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센서에 스캔하지 않아도 수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저혈당 또는 고혈당 발생 시 스마트폰 알림이 울려 빠르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올해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인 아이쿱과 손잡고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내놓았다. 아이쿱의 ‘랩커넥트’는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과 연동돼 환자의 혈당 수치를 의료진과 공유할 수 있다. 한국애보트 관계자는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효율성이 향상되고, 합병증 예방과 환자 삶의 질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드트로닉의 경우 지난해 8월 기존 CGM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인 ‘심플레라’를 미국 시장에 선보였다. 심플레라는 메드트로닉의 스마트 인슐린펜, 인슐린펌프와 연동돼 혈당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환자가 인슐린 투여를 누락했거나 일상적이지 않은 식사를 했을 땐 이에 맞춰 인슐린 권장량을 자동으로 보정하는 기능을 갖췄다. 메드트로닉 관계자는 “CGM, 인슐린펌프, 인슐린펜이 하나의 ‘인공췌장’처럼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며 “환자가 당뇨병 관리를 위해 아무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일상생활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전했다.
덱스콤은 CGM에 생성형 인공지능 플랫폼을 결합했다. 이 플랫폼은 혈당 수치뿐만 아니라 활동량, 수면 패턴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에게 맞춤형 팁과 건강 개선 정보를 제공한다. 저혈당 위험이 높은 시간대를 예측해 미리 주의를 주거나, 식사 후 활동량이 부족하면 운동을 권장하는 등 사용자의 건강 상태에 맞는 정보를 제시해 건강 개선을 유도한다.
이어 국내 기업 아이센스는 CGM ‘케어센스 에어’와 삼성전자의 건강 데이터 앱 ‘삼성헬스’를 연동했다. 사용자들은 삼성헬스 앱 하나로 실시간 혈당 정보와 함께 운동, 식이, 수면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또 두잉앱의 ‘푸드렌즈’ 서비스를 활용해 음식 사진을 촬영하면 영양 정보를 자동으로 계산해 입력해주고, 음식 섭취에 따른 혈당 변화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헬스케어의 AI 기반 앱 ‘파스타’는 케어센스 에어에 입력된 각종 혈당 관련 수치를 파악하고, 혈당 관리 시 개선할 점을 리포트로 제공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바이스 개발사와 AI 등 어플리케이션 개발 기업 간의 협업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혁신적 기능들이 등장하고 있다”라며 “원격진료가 국내에서 허용된다면 당뇨 환자들의 치료 효율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CGM을 초기에 사용할 때 혈당 수치가 너무 낮거나 높게 나오는 기술적 결함이나, CGM 기기를 다른 제품으로 바꿀 때 기존 저장된 혈당 데이터를 연동할 수 없다는 문제들이 남아 있다”며 “이러한 부분들도 이미 연구가 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개선된 제품들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CGM 시장의 규모는 올해 82억1000만달러(한화 약 12조670억원)에서 매년 연평균 10.52%씩 성장해 2029년 135억4000만달러(약 19조9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