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벗고 대권에 진일보했다. 이 대표는 다만 여권과 비명(비이재명)계가 쏘아올린 개헌에 관해선 여전히 미온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과 조기대선 등이 실현돼야만 3년 전 공약을 다시 꺼낼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고등법원 공직선거법 2심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권가도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이 대표는 대선은 물론 개헌에 관한 발언을 일절 삼가고 있다.
이 대표는 과거 개헌에 적극적이었다. 그는 20대 대선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도입하는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헌법에 명시된 지방분권 강화, 기본권 확대, 경제민주화 등의 방향성도 언급한 바 있다. 최근에는 스탠스를 바꿨다. 개헌 필요성엔 동의하면서도 우선순위는 낮게 뒀다. 개헌은 국민 합의와 국회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것. 그러면서 공개석상에서 내란극복과 민생회복을 더 강조했다.
실제로 개헌을 추진하려면 국회 의석 확보가 핵심이다. 헌법에 따르면 개헌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200석) 동의가 필요하다. 22대 국회는 여당인 국민의힘 108석,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171석, 3당 조국혁신당 12석으로 여소야대 구조다. 민주당 단독 개헌은 불가능하다.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국민투표로 과반 찬성을 받아야 한다.
정치적인 계산도 엿보인다. 이 대표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지금 개헌 얘기를 하면 좋아할 집단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개헌을 강조하는 국민의힘을 겨냥한 발언이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권한 분산과 국회 민주성 강화를 목표로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전환 등을 논의하고 있다. 그 이면엔 조기대선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전후 사정을 고려해 이 대표가 즉각적인 개헌드라이브는 걸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 두 달 전만해도 여야와 원로들로부터 개헌 압박이 있었는데, (윤 대통령) 탄핵 선고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논의가 사라진 상황”이라며 “이 대표도 2심 무죄로 대선주자로서 입지가 공고해진 측면이 있고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개헌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내진 않을 것”이라며 “대선 공약으로 두루뭉술하게 추진 의사만 밝힐 뿐 더 나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탄핵 전선에서 개헌을 언급하는 건 스스로 파열음을 내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 탄핵 이전엔 개헌 얘기를 꺼내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진정성은 차치하더라도, 개헌은 조기 대선이 임박했을 때 공약으로 밝히는 게 상책”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