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공식 업무에 복귀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한 공식 입장을 여전히 내놓지 않고 있다. 헌재가 한 총리의 임명 거부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가운데 학계와 야권을 중심으로 임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한 총리는 지난 24일 탄핵심판 기각 이후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산불 현장을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지난 24일 정부청사에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이제 곧 또 뵙겠다”고 말한 뒤 27일까지 마 후보자 임명에 대한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앞서 헌재는 한 총리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도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점에 대해 “국회의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헌재 구성권을 침해한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복형 재판관만이 유일하게 다른 취지의 의견을 냈다.
이에 헌법학계와 정치권에서도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100여 명의 헌법학자로 구성된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재판관 8명 중 5명이 한 총리의 미임명 부작위를 위헌·위법으로 인정했다”며 “헌법수호 의무가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조속히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같은 날 국회의장실에서 발표한 담화를 통해 “헌재의 독립성과 신뢰성이 대한민국 헌정 수호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그간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며 “그러나 선고 지연이 초래하는 상황이 기본 가치마저 흔들고 있는 지경까지 이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 권한대행께서는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속히 임명하라. 명백한 위헌 아닌가”라며 “한 대행이 헌법 위반의 국기 문란 상태를 끌고 가면서 국민께 어떤 협력을 구할 수 있겠느냐”라고 호소했다.
문제는 헌재의 결정에 강제성이 없어 한 총리가 임명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앞선 위헌확인 결정은) 임명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는 것이고 임명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지 임명을 강제할 수는 없다”며 “한 총리가 직무에 복귀하면 마 후보자 임명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탄핵소추 사유 중 하나인 재판관 미임명이 기각돼 한 총리를 압박할 수단이 없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