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받지 않아도 되는 불필요한 검사가 남용되며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환자 안전과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28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서울 영등포구 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에서 개최한 미디어 아카데미 강연을 통해 “흉부 엑스레이(X-ray) 검진,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등을 불필요하게 시행하는 상황을 줄여 환자의 안전을 지키고 건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폐렴 등은 엑스레이만 찍어도 충분히 진단할 수 있는데, 진료비가 더 비싼 흉부 CT가 남발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 환자의 폐렴 진단 과정에서 CT 촬영 비율이 급증했다.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불필요한 CT 촬영이 과잉으로 이뤄진 정황도 확인됐다. 건보공단의 ‘2023년 코로나19로 인한 CT 촬영자 수 및 비중’ 자료를 살펴보면, A병원은 전체 환자 8602명 중 CT 촬영자가 2630명으로 CT 촬영 비중이 30.6%에 달했다. 이 병원을 찾은 환자 10명 중 3명이 CT를 촬영한 것이다. B병원은 전체 환자 1940명 중 CT 촬영자가 528명으로 27.2%를 차지했다.
정 이사장은 “A병원을 실제 방문해 확인해보니 2022~2023년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중 97.2%가 CT를 찍었다”며 “2022년 초부터 코로나19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가 공급됐기 때문에 굳이 CT를 찍을 이유가 없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CT는 방사선 피폭량이 엑스레이의 최대 33배에 달한다”고 했다.
C안과병원에선 불필요한 일반혈액검사(CBC)가 과도하게 이뤄졌다. 이 안과는 2023년 CBC 평균 횟수보다 11.66배 더 많이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병원이 CBC를 1번 할 때 11번 한 셈이다.
건보공단은 불필요한 검진 항목을 없애 근거 기반의 건강검진체계로 개편할 방침이다. 과잉 검진 행태를 보이는 의료기관엔 개선을 권고하고, 권고에도 불구하고 과잉 검진이 지속되는 의료기관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정 이사장은 “CT든 혈액검사든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권유하면 환자는 이게 꼭 필요한지, 가격은 얼마인지 등을 물어 의료를 똑똑하게 이용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이사장은 2023년 기준 연간 외래 이용이 365일을 초과한 환자가 2448명에 달하고, 25종 이상의 약물을 상시 복용하는 환자가 5000명이라는 자료를 제시하며 “환자들도 과도한 의료기관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