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뚫으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3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는 전거래일 오후 종가(1466.5원) 대비 6.4원 오른 1472.9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연중 최고점이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3일(1483.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 급등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우려 및 국내 정치 불확실성 등이 맞물린 결과다.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4월2일 예고한 상호관세 수위가 당초 예상보다 클 것으로 예측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졌다.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의 타격 우려가 커지면서 원화 약세가 심화했다는 분석이다.
장기화하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도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25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을 종결한 후 평의를 열어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하지만 한 달 넘게 선고일을 지정하지 못한 채 침묵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환율이 1500원을 터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와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로 인한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은 원화에 부담요인”이라며 “이번주 중 환율이 최고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달러화가 2분기까지 강세를 나타내면서 원달러 환율도 오름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1500원 내외로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환율 불안이 커지면서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지난해 시장안정화 조치로 총 111억790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이는 전년(96억1000만 달러)보다 16.3% 늘어난 수치다. 특히 비상계엄령이 내려졌던 4분기 중에는 37억5500만 달러를 시장에 공급했다. 당국은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달러 매도에 나섰지만, 외환보유액 감소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4092억 달러 수준으로, 4000억 달러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