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ABL생명 “다자그룹 ‘먹튀’…고용‧보상 보장하라”

동양‧ABL생명 “다자그룹 ‘먹튀’…고용‧보상 보장하라”

기사승인 2025-04-15 14:26:28
15일 오전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다자그룹, 팔아먹고 끝이냐. ‘먹튀’ 말고 책임져라. 책임져라”

동양생명과 ABL생명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원 등 30여명이 15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구호를 외치며 손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우리금융이 중국 다자그룹 자회사이던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후 다자그룹과 우리금융 모두 노조와 대화를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다자그룹과 우리금융이 노조와 대화하고 인력 조정에 대한 임직원 우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선미 동양생명 전국사무금융노조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동종업계인 두 회사를 동시에 인수한다면 중복 인력의 구조조정 가능성은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이러한 상황에서 다자그룹에 △고용 안정을 위한 협약서 체결 △직원들에 대한 보상 △인수 후 독립 경영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매각하고 국내 보험 시장을 떠나는 다자그룹에게 관례에 따라 남은 직원들을 위한 보상을 요구했으나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최 지부장은 “다자그룹은 인수사인 우리금융의 의견에 따라 금융위원회 심사가 통과된 이후에나 대화할 수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앞서 다자그룹에 라이나생명, KB라이프, 신한라이프 등 선례의 매각위로금 수준을 파악해 전달하기도 했다.

노조는 이후 우리금융에도 입장을 물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최 지부장은 “우리금융지주와 인수단에도 다자그룹이 우리금융 의견을 핑계로 삼는 부분에 대한 입장을 지난 7일까지 회신해 달라는 공문을 3일 보냈으나 지금까지 아무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처럼 다자그룹과 우리금융이 답을 미루다가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다자그룹이 금융위원회 승인 이후 매각 잔금을 받고 ‘먹튀’해 버리고, 우리금융지주는 고용보장과 직원 보상에 대해 책임과 의무가 없다고 모르쇠로 버티면, 그동안 회사를 지키고 성장시킨 직원들의 이익은 누가 보호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리금융과의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며 소통을 요구했다. 김진건 ABL생명 전국사무금융노조지부장은 “직원들도 매각위로금을 원하고 있어 금융위 승인 이후 우리금융과 소통 창구를 열어 이러한 부분에 대해 논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는 우리금융과 소통할 수 있는 직접적인 창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대화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이미 인수를 마친 것처럼 보험사 경영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 지부장은 “작년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을 할 때도 사사건건 회사에서 우리금융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일일이 개입하면서 대화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다. ABL생명은 지난 2월에, 동양생명은 지난해 하반기에 임단협을 마쳤다.

우리금융이 인수 승인을 받기도 전에 인수를 진행하기 위한 서류를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 지부장은 “우리금융지주는 인수 심사가 승인되지 않아 노동조합 요구에 대화할 자격이 없다면서 인수를 전제로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광범위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금융 측은 이에 대해 “(인수) 승인이 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입장을 밝히기 적절하지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