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메디컬 에스테틱 산업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피부과·성형외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세미나와 글로벌 전시회에선 큰 주목을 받으며 브랜드 가치가 상증 중이다. 혁신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 중인 후발주자들까지 가세하는 가운데 치열한 경쟁이 일며 관련 산업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통적인 화장품과 뷰티 산업을 넘어 메디컬 에스테틱 분야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 규모는 오는 2031년까지 연평균 17%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18년 7160억원이었던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 규모는 2024년 3조2000억원으로 상승했다. 2031년에는 11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자사 제품을 이용한 시술 시연 워크숍을 개최하고, 의료진의 임상경험을 공유해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국내 관련 분야에 있어 선두주자는 휴젤이다. 휴젤은 2013년부터 글로벌 학술 심포지엄 ‘H.E.L.F.(Hugel Expert Leader’s Forum)’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0~13일엔 해외 메디컬 에스테틱 전문가 20여명을 초청해 국내 전문가들이 국가별 특성에 맞춤화된 시술법을 강연했다. 휴젤의 주요 제품에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국내 제품명 보툴렉스) △히알루론산(HA)필러 브랜드 ‘더채움’, ‘바이리즌 스킨부스터 HA’ △코스메틱 브랜드 ‘웰라쥬’, ‘바이리즌 BR’ 등이 있다.

휴젤은 해외에서도 유명세를 얻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한국 기업 가운데 총 6곳이 발표 기업으로 선정됐는데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휴젤이 포함됐다. 이 자리에서 휴젤은 의료진의 니즈에 부합하는 학술 콘텐츠 제공, 합리적 가격 정책 등을 내세워 ‘미국 레티보 론칭 후 3년 내 미용 톡신 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전통제약사인 동국제약도 에스테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지난 13일 ‘대한비만미용학회(KOAT) 춘계학술대회’에 참가해 자사 제품 활용법에 대한 전문 의료진 강연을 진행했다. 동국제약은 메디컬 에스테틱 제품으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비에녹스주’ △HA필러 ‘케이블린’ △창상피복재 ‘마데카 MD 크림·로션’ △스킨부스터 ‘디하이브’ 등을 보유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지난 2015년 ‘마데카크림’을 출시하고 같은 해 에스테틱 브랜드 ‘센텔리안24’를 선보이면서 에스테틱 시장에 진출한지 올해로 10년 차를 맞았다.
한방의료기기 업체인 동방메디컬도 최근 에스테틱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동방메디컬은 지난 2012년 흡수성 리프팅실을 출시한 이후 HA필러를 내세워 미용 의료기기 사업 부문을 확장했다. 지난해 필러 매출액은 234억원으로 2023년 157억원 대비 49% 증가했다.
필러 및 스킨부스터 제조기업 바이오비쥬는 업계 후발주자로, 높은 품질과 제조 기술을 내세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브랜드에는 △칸도럽 △아세나르트 △코레나 등이 있다. 바이오비쥬는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2026년 유럽 의료기기 인증(CE MDR), 2028년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인증 획득을 추진해 에스테틱 시장 점유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코스메틱 분야에선 지난해 10월 설립된 미국 자회사를 통해 북미와 남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동남아, 중동, 유럽 등으로 진출 범위를 넓혀갈 방침이다.

양준호 바이오비쥬 대표이사는 이날 열린 IPO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메디컬 에스테틱 분야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며 글로벌 뷰티 헬스케어 혁신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R&D(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통해 ‘베스트 인 클래스’ 제품을 목표로 높은 품질의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필러 시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2024년 국산 필러의 대미 수출 규모는 12억5900만달러(한화 약 1조8000억원)로 2023년 대비 69.1% 증가했다. 이는 미국 전체 필러 수입액 증가율(16.4%)을 크게 상회하는 규모다.
업계는 메디컬 에스테틱 성공 요인으로 외국인의 국내 의료관광 활성화, 피부 고민별 다양한 제품 출시 등을 꼽는다. 실제 피부 시술을 받기 위해 많은 외국인 환자가 한국을 찾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12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과목별로 보면 피부과 진료가 70만5000명으로 전체 진료 과목 가운데 56.6%를 차지했다. 이어 성형외과가 11.4%(14만1845명)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메디컬 에스테틱 산업은 단순 미용을 넘어 과학적 데이터 기반의 시술과 치료로 진화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피부과·성형외과 전문의들과 긴밀하게 협업해 제품 신뢰도를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K-에스테틱’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환자들은 개개인의 피부 상태와 고민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K-에스테틱에 반해 한국을 찾는 것”이라며 “시술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 있어 높은 만족도를 주는 것이 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길이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