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디지털·자동화 시대의 한 가운데에서도 소비자들은 오히려 정성과 진심이 담긴 결과물에 더 높은 가치를 매깁니다. 이제 ‘장인정신’은 단순히 완벽한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기업의 브랜드 철학과 지속 가능성을 담는 진정성의 키워드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축적된 시간의 힘을 믿는 장인기업의 성공 스토리와 최고의 제품에 담긴 경영철학을 들어봤습니다. |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에 따라 자국이 보유한 기술력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가운데, 산업계에서도 기술패권을 주도하기 위한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수십 년간 본업에서 제품을 양산해 온 장인기업들은 이제 기술력을 앞세워 미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달성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 물 관리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AI(인공지능)로 정수장을 자율 운영하는 화성 AI정수장이 글로벌 등대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글로벌 등대상은 4차 산업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스마트 팩토리에 주어지는 상으로, 지난해까지 선정된 세계 132개 기업 중 한국에선 4개 기업의 사업장만 수상했다. 세계 물 기업 중에선 수자원공사가 유일하다.
화성 AI정수장은 기존 사람이 분석·판단해 운영하던 정수장을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자율운영 △에너지관리 △예지보전 및 지능형 안전관리가 융합된 스마트 정수장이다. 타 공장이 단위공정 자동화 및 오류감지를 주기능으로 하는 데 비해, 전체 공정에 AI를 적용해 사령탑 역할을 하는 복합적인 의사결정 모델을 구현하며 차별화했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수자원공사는 한국이 초격차 물 기술 강국으로서 입지를 굳히도록 첨단 물 기술에 공적개발원조 등 자본을 전략적으로 결합시켜 개발도상국 신시장에 한국형 초격차 물 기술 모델을 수출하는 등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제주삼다수’를 유통하는 제주개발공사 역시 지난 30년간 오직 ‘물’에만 집중해 오며 품질·신뢰·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다. 제주삼다수는 한라산 화산암층을 천천히 통과하며 정화된 지하수를 취수해 생산된다. 이 과정은 평균 31년이 소요된다.
자연이 오랜 기간 빚어낸 순수한 물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제주개발공사는 1996년부터 취수원 주변 토지를 지속적으로 매입하며 정화 전 단계부터 오염원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또한 취수정 주변의 지하수 관측정에서 지하 수위와 수온, 전기전도도 등을 매시간 모니터링하며, 수자원 관측망을 통해 미래 오염 가능성까지 관리하고 있다.
취수 이후 생산 단계에서도 연간 2만 회 이상의 수질 검사와 3시간 단위의 무작위 분석이 진행된다. 이러한 노력으로 제주삼다수는 출시 이후 단 한 차례의 품질 이슈도 발생하지 않았다. 제주개발공사는 국내 먹는샘물 브랜드 중 유일하게 자체 ‘먹는물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취수원 보전관리와 먹는 물 분석은 물론, 수자원 및 물 산업 전반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중후장대 등 국가기간산업에서도 기술패권 주도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해운기업 HMM은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2030년까지 총 23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2030 중장기 전략’을 지난해 9월 발표한 바 있다.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벌크선 등 선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글로벌 ‘2050 탄소중립’보다 5년 빠른 ‘2045 넷제로(NetZero)’ 목표를 수립해 친환경 경쟁력을 확보하며,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을 위해 선박 운항 관련 기술은 물론 고객 편의성 제고 등 기술도입을 추진하는 게 골자다.
이의 일환으로 HMM이 국내 해운업계 최초로 개발한 온라인 예약 플랫폼 ‘Hi-Quote’(HMM Instant Quote, 하이퀏)’은 2022년부터 시장에 도입·활용되고 있다. 대량의 화물을 다양한 국가로 이동시키는 해상운송업 특성상 예약은 선박 일정, 운임 확인, 적정 항로, 통관 등을 고려해야 해 많은 절차와 시간이 소요되는데, 하이퀏은 마치 콘서트 티켓의 얼리버드 예약과 같은 개념으로 고객들이 선제적으로 선박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과거 대비 빨리 예약을 확정할 수 있고, HMM 역시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선박 공간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HMM은 2020년 선박종합상황실을 오픈해 전 세계 바다 위에 떠 있는 HMM 선박들의 상세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축적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기상 상황 등 다양한 위험 요소를 미리 감지해 선박의 안전 운항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빅데이터로 향후 디지털트윈을 구축해 자율운항 선박 개발·분석 등 선박 운항 기술을 향상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