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에서도 끝까지 ‘정면승부’…아름다웠던 이정효 감독과 광주의 도전, 8강서 끝

0-7에서도 끝까지 ‘정면승부’…아름다웠던 이정효 감독과 광주의 도전, 8강서 끝

기사승인 2025-04-26 03:22:23
이정효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무려 1억8000만 유로(약 2934억)의 선수단 가치를 가진 팀을 상대로 라인을 내리지 않고 정면승부했다. 7골을 먹히며 완패했지만, 이정효 감독의 굳건한 철학만은 빛났던 승부였다.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FC는 26일(한국시간) 오전 1시30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 알힐랄과 경기에서 0-7로 패했다.

이 감독은 내려서지 않고 기존의 4-4-2 진영을 들고 왔다. 헤이스와 최경록이 전방에 섰다. 가브리엘 티그랑, 박태준, 이강현, 아사니가 미드필더진을 구축했다. 수비진은 김진호, 민상기, 변준수, 조성권으로 꾸렸다. 김경민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초호화 군단’ 알힐랄도 최정예 멤버로 나섰다. 미트로비치 원톱에 자리했고, 말콤, 마르쿠스 레오나르두, 살렘 알 도사리가 2선에 위치했다. 3선은 후벵 네베스, 세르게이 밀린코비치 사비치가 지켰다. 주앙 칸셀루, 칼리두 쿨리발리, 헤난 로디, 하산 알 탐박티로 수비진을 구성했다. 골문 앞엔 야신 부누가 섰다.

광주 선수단.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알힐랄이 기선을 제압했다. 전반 6분 알 도사리가 올린 코너킥을 밀린코비치 사비치가 완벽한 헤더로 연결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체급에서 밀린 아쉬운 실점이었다. 알힐랄이 1-0으로 앞서갔다. 

광주는 최대한 짜내며 기회를 만들었다. 아사니는 전반 8분 날카로운 역습으로 일대일 기회를 맞았으나 부누 골키퍼 선방에 가로막혔다. 분명히 체급이 밀리는 상황에서도 광주는 침착한 빌드업을 통해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광주는 끝내 알힐랄의 체급을 이겨내지 못했다. 알힐랄은 전반 24분 환상적인 팀 플레이로 추가골을 넣었다. 우측에서 말콤이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받은 레오나르두가 간결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기록했다. 알힐랄은 전반 31분 역습에 이은 알 도사리의 깔끔한 골로 3골 차까지 달아났다.

0-3, 포기할 수도 있지만 이정효 감독은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광주는 전반 34분 가브리엘을 빼고 오후성을 넣으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교체 효과는 확실했다. 조금씩 주도권을 잡은 광주는 헤이스의 오른발 유효슈팅 등 반격에 나섰다. 오후성은 알힐랄의 측면을 공략하며 위협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칸셀루는 오후성의 매서운 돌파를 막다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교체 아웃되기도 했다.

박태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러나 알힐랄은 자비 없는 플레이로 추가골을 기록했다. 후반 10분 밀린코비치 사비치는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보냈다. 공은 미트로비치에게 전달됐고, 미트로비치가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열었다. 

승기를 내줬음에도, 이 감독은 후반 17분 주세종, 김한길, 박인혁을 투입하며 끝까지 전술 변화를 꾀했다. 또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전술 지시를 내렸다. 광주 선수들은 알힐랄의 압박을 최선을 다해 견뎌내면서 뒷공간을 노렸다. 

광주가 라인을 올리자 알힐랄은 더 매서운 역습을 펼쳤다. 후반 30분 말콤이 때린 슈팅은 골대 맞고 튀어나왔다. 4분 뒤 일대일 기회를 잡은 말콤은 왼방 슈팅으로 5번째 골을 기록했다. 후반 39분에는 알 다우사리의 골, 40분엔 알 하마단의 골로 7-0까지 달아났다.

광주는 마지막으로 안영규까지 투입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지만, 1골을 넣기엔 역부족이었다. 광주는 0-7 완패로 ACLE 여정을 마무리했다. 비록 경기력에서 할 말 없는 완패지만, 끝까지 자신들의 축구를 하고자 했던 광주의 방향성만은 박수받아 마땅했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김영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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