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선판 달구는 ‘코인 공약’…업계는 “기대 반, 의심 반”

또 대선판 달구는 ‘코인 공약’…업계는 “기대 반, 의심 반”

기사승인 2025-04-29 06:00:07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치권이 21대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공약을 다시 꺼내 들었다.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많은 2030세대 표심을 겨냥한 행보다. 업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과거 대선·총선 때처럼 실질적 이행 없이 공약(空約)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국민의힘 박수민·최보윤 의원은 28일 국회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가상자산 7대 육성 과제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1거래소 1은행 원칙 폐기 △기업·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거래 제도화 △가상자산 현물ETF(상장지수펀드) 도입 △STO(토큰증권) 법제화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도입 △디지털자산 육성 기본법 제정 △획기적인 가상자산 과세체계 마련 등 업계 요구를 반영한 공약들이 담겼다.

국민의힘은 먼저 ‘1거래소 1은행’ 규제 폐기를 약속했다. 1거래소·1은행 규제란 거래소 하나당 특정 은행 한 곳과만 실명계정 발급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일종의 그림자 규제를 말한다. 업계에선 대형 거래소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국민의힘은 또 가상자산 현물 ETF를 한국에서도 연내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비영리법인·상장법인·전문투자기관 등 3500개 기관의 시장 참여도 허용하기로 공약했다. 

토큰증권(STO) 법제화와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마련도 주요 과제로 삼았다. 부동산·예술품 등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한 분할 투자 활성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운영 기준 설정 등을 통해 시장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디지털자산 육성 기본법 제정, 가상자산 과세체계 정비와 해외 거래 개방 방안도 추진된다. 국내 투자자 다수가 소액투자자인 현실을 반영해 디지털자산 시장의 선진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공약의 이행 상황을 점검·보완하기 위해 내달 3일 선출될 당 대통령 후보 직속으로 ‘가상자산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박 의원은 “가상자산특위를 통해 제도와 산업의 혁신 기반 조성, 투자자 신뢰 회복을 선도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기술은 있다. 이제는 제도가 미래를 따라잡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코인 공약 쏟아져도…현장은 ‘또 속나’ 신중 모드

가상자산 업계는 이번 공약을 두고 기대와 신중한 관망이 교차하는 반응을 보였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공약은 업계가 요구해왔던 필수 과제들이 대부분 담겼다”며 “특히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은 이미 해외에서 정착한 만큼 한국에서도 연내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도 시장 육성을 골자로 하는 비슷한 공약들이 나왔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 공약도 공염불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과거에도 ICO(가상자산 발행) 허용, 코인 전문은행 도입,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 공약이 나왔지만 제대로 이행된 것은 없다”며 “공약은 화려하지만 현실화까지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코인 가상자산 과세 등 민감한 사안은 이번 공약에서 크게 강조되지 않았다. 표심을 겨냥해 투자자 친화적인 내용에 초점을 맞춘 공약인 것”이라며 “‘공약은 공약일 뿐’이라는 불신이 업계에 팽배한 이유”라고 꼬집었다.

일부 과제는 현실화 가능성이 높지만,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있다. 한 가상자산 관계자는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에 대해 “금융기관의 법인 실명계좌 허용이 선결 과제인데, 아직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없어 내년 이후나 가능할 것”이라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반면 “토큰증권(STO) 법제화나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는 여야 모두 논의가 진전되고 있어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대선 이후 가상자산 정책 방향을 두고 전망은 엇갈린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이 국민의힘 공약을 그대로 따르진 않을 것”이라며 “보다 개방적인 방향으로 갈지, 아니면 보수적인 규제를 선택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공약 발표에 맞춰 더불어민주당도 발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관측된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디지털자산기본법 리뷰 세미나’를 개최하고,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초안을 공개했다. △디지털자산업 정의 및 육성 △디지털자산위원회 설립 △발행신고서 제도 △발행·유통 공시 분리 규율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안 및 산업 진흥책이 포함됐다. 전문가 및 업계 의견을 수렴해 법안 내용을 보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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