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감사·이사 줄줄이 임기 만료…‘알박기 우려’ 솔솔

기관장·감사·이사 줄줄이 임기 만료…‘알박기 우려’ 솔솔

기사승인 2025-05-09 06:00:09
윤석열 전 대통령. 쿠키뉴스 자료사진

탄핵 정국 여파로 멈췄던 공공기관 인사가 최근 재개되면서 ‘알박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기관장뿐 아니라 감사·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의 임기 만료도 잇따라 정권 보은 인사가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쿠키뉴스 취재에 따르면 현재 기술보증기금(2024년 11월), 서민금융진흥원(2024년 1월), 한국자산관리공사(2024년 1월), 신용보증기금(2025년 8월), 예금보험공사(2025년 11월) 등 주요 금융 공공기관의 기관장 임기가 이미 만료됐거나 조만간 종료될 예정이다. 

기관장뿐 아니라 감사와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들도 줄줄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감사는 높은 연봉과 의전을 받지만 언론 노출이 적어 업계에선 ‘꽃보직’으로 통한다. 사외이사는 건전성·리스크 관리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지녀 이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정권 말 선임되는 공공기관 임원은 ‘측근 챙기기’의 마지막 수단으로 여겨지는 만큼, 특정 정권의 색채가 반영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이목이 집중된다. 

공기업 수장은 원칙적으로 주무부처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기는 3년이다. 감사와 임원, 비상임이사의 임기는 2년이며,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현재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은 기관장과 주요 임원의 임기 만료 시점을 넘긴 상태다. 서금원 관계자는 “이재연 원장의 임기는 지난 1월2일자로 만료됐고, 부원장 및 이사들의 임기가 모두 종료된 상태”라며 “다만 감사는 최근 1년 연장됐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소집 등 후속 인선 절차는 본격화되지 않았다”며 “내부에서도 관련 논의가 없는 상황이고, 인사 검증까지 포함하면 2~3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 7일 정정훈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출했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진행된 선임 절차와 관련해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이 거셌지만, 이주호 부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 전 실장을 차기 캠코 사장으로 최종 임명했다. 지난 3월에는 김영태, 이병희씨가 캠코 신임 비상임이사로 선임됐다. 김 이사는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의 초대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관장과 대통령비서실 대외협력비서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캠코 관계자는 “이번에 비상임이사 2명을 새로 충원했다”며 “비상임이사는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모 절차를 거치며, 후보자가 정해지면 주주총회 의결을 통해 금융위원장이 최종 임명한다”고 설명했다.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각 기관 제공

기술보증기금(기보) 이사장 선임도 주목받는다. 기보는 지난해 11월 김종호 이사장의 임기가 만료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김 이사장은 취임 당시 알박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임명배 감사의 임기도 오는 9월5일 끝난다. 임 감사는 지난 2016년 새누리당 제20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나왔고, 2018년부터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 경기도 화성시을 당협위원장을 지내면서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경력이 있다. 

최원목 신용보증기금(신보) 이사장의 임기는 오는 8월 만료된다. 신보 관계자는 “이상원 비상임이사의 임기는 지난 3월27일 끝났고, 권택기·박명호 비상임이사의 임기는 지난 5월8일 만료됐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예보) 역시 사장과 복수의 이사회 구성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유재훈 사장과 김태철 상임감사의 임기가 오는 11월 만료된다. 비상임이사 3명의 임기도 오는 7월 끝난다. 예보 관계자는 “상임이사 4명 중에는 문형욱 이사만 지난 4월9일자로 임기가 종료됐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어 정치권 낙하산 논란에 휘말렸다. 김 감사는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재직한 검사 출신이다. 문 이사는 임태희 전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을 거쳐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통령실장실과 경제금융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한 인사다. 예보 상임이사는 임원추천위원회 없이 사장의 전결로 선임된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내란 은폐 및 알박기 인사 저지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한국마사회장 인선안 등에 반대하며 ‘알박기 인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권한대행이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부처 장관이 임명·제청권을 행사하는 경우 ‘알박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 공공기관의 의사결정 공백과 운영 혼선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와 국정 철학이 다른 인사가 자리를 지킬 경우, 정부·여당과 제대로 된 업무 협조가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공모 절차가 원점에서 재시작돼 기관의 의사결정 공백과 혼선이 장기화될 수 있고, 업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 임기 말 대선 국면에서 주요 공공기관장 인사를 서두르는 건 차기 정부의 정책 실행력을 의도적으로 약화시키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해철 민주당 의원은 공공기관장 임기를 2년으로 단축하고, 대통령 임기 종료 후 3개월 뒤 자동 종료되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운영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행정 공백 최소화’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인선 절차가 늦어지면, 대내외 시장 대응이나 감독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관장, 임원 인선을 정치 일정에 맞춰 임의로 조정하는 것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귀띔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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