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사랑카드 상해보험이요? 그런 게 있어요?”
군 전역자 김모(28)씨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되물었다. ‘나라사랑’이라는 이름이 붙은 보험이지만, 병사 상당수는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나라사랑카드는 병역판정검사 때 자동 발급된다. 급여통장·현금카드·병역증 등 다양한 기능을 겸한다. 장병들은 군 복무와 예비군 기간, 길게는 10년 가까이 이 카드를 사용한다. 병역판정검사를 받는 남성은 한해 20만여명에 달한다. 병사 월급도 최근 크게 인상돼 이병 75만원, 병장 150만원 수준이다. 은행권에서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통하는 이유다.
나라사랑카드 사업자에 선정된 은행들은 수십만명의 신규 고객과 수조원대 자금을 안정적으로 유치하는 대신, ‘무상 상해보험’을 부가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 보험은 나라사랑카드 발급과 동시에 자동 가입된다. 운영 비용은 사업자가 부담한다. 일종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사업의 이익을 군 장병들에게 일부 돌려주는 취지다.
문제는 보장 조건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보장 기준은 대부분 ‘영외 체류 중 사고’에 국한돼 있다. 휴가나 외출 중 교통사고나 상해 등은 보장 대상에 포함되지만, 일상적인 복무 중 사고는 사실상 제외된다.
보험금도 장병이나 유족이 ‘알고, 찾아서,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청구를 돕는 안내는 부족하다. 장병들에게 보험 청구 가능 여부를 안내하는 문자, 앱 알림이나 SNS 홍보채널 등 기본적인 시스템조차 없다. IBK기업은행·KB국민은행 모두 “상해보험 관련 자체 조사나 외부 평가를 실시한 적 없다”고 밝혔다.
이는 저조한 보험금 지급 실적으로 연결된다. 본지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국방부로부터 입수한 ‘나라사랑카드 연계 상해보험’ 운영 현황에 따르면, 2기 사업자인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이 최근 5년(2020~2024년 9월)간 제공한 상해보험의 지급 건수는 단 32건에 그쳤다. 자동 가입자는 159만명에 달한다. IBK기업은행은 약 52만명 자동가입에 12건(3억9523만원) 지급, KB국민은행은 107만명 가입에 지급이 20건(6억3101만원)에 불과했다.
국방부는 상해보험이 제 역할을 했는지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국방부는 상해보험 관련 혜택 체감도 조사를 별도로 실시한 바 없다고 밝혔다. 보장 범위가 휴가 중 사고에 한정돼 있어 병사들이 실효성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해명했다. 국방부가 올해 3~4월경 뒤늦게 실시한 인지율 조사에서는 군 장병 49%가 보험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의 무관심 속에 3기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주요 은행들의 제안서는 달라진 게 없다. 하나은행은 8억5000만원 보장을 내세웠지만 대부분 항목이 ‘휴가 중 사고’ 중심이다. IBK기업은행과 신한은행도 보장 한도만 키웠을 뿐, 보장 범위는 2기 때와 유사하다.
명목뿐인 보장, 안내 부족, 저조한 실적. 지금의 구조로는 장병 누구도 이 보험을 ‘받을 수 있는 혜택’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랜 시간 방치된 제도는 이제 손질이 필요하다. 이름뿐인 ‘나라사랑’이 아니라, 병사가 체감할 수 있는 혜택으로 거듭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