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탐방] 오봉산 산자락 그늘 아래에서 마주한 깊고, 시원한 한 그릇 "양지면옥"

[맛집탐방] 오봉산 산자락 그늘 아래에서 마주한 깊고, 시원한 한 그릇 "양지면옥"

기사승인 2025-05-20 08:36:20
자가제면 밀면집 양지면옥. 양지면옥 제공 


숨결마저 뜨거운 초여름, 오봉산 산자락 그늘 아래에서 마주한 깊고, 시원한 한 그릇,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는 세상을 조용히 눌러 앉혔다.

콘크리트 바닥은 밤낮없이 식을 줄 모르고, 사람들은 더위를 견디며 손을 바쁘게 움직여 이마의 땀을 훔친다.

초여름이 이렇게 무겁고 후텁하게 시작될 줄은 몰랐던 에디터들은, 시원한 그늘과 숨 돌릴 한 곳을 찾아 나섰다.

경남 양산시 물금읍 범어리. 멀리서 오봉산이 고요히 등을 내어주는 이곳, 번화한 신도시를 지나 조금씩 산이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 때쯤, ‘양지면옥’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구수한 향기가 먼저 반긴다.

단순한 고기 냄새가 아니다. 오래도록 불을 품은 솥에서 우러난 맑은 국물, 정성 어린 손길이 스며든 깊은 맛의 향기다.

초여름에 느끼는 더위를 잊게 만드는 이 한 그릇은, 각 손님의 상 앞에 조용히 놓여 제 존재를 드러낸다.

양지면옥은 흔히 말하는 '밀면집'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소고기 양지를 정성껏 고아낸 육수에 신선한 채소와 약재를 아낌없이 더한다. 그렇게 꼬박 24시간을 보내야만 완성되는 맑은 육수는 한 입 머금는 순간, 깊고 부드러운 맛으로 입 안을 가득 채운다.

살얼음 동동 뜬 육수는 혀끝을 차갑게 때리지만, 속으로는 따뜻한 온기가 퍼져간다. 이 차가움은 단순한 온도 차이가 아니라, 주인장의 시간과 정성, 음식에 깃든 마음이 만들어내는 따스함이다.

양지면옥의 대표 메뉴는 물밀면, 비빔밀면, 그리고 물비빔밀면이다.

특히 물비빔밀면은 이 집을 가장 잘 설명하는 메뉴다. 

시원한 육수에 새콤달콤한 양념을 풀어 섞고, 탱글탱글한 면발 위에 고소한 다짐육과 매콤하게 무친 가오리 고명을 얹는다.

얼핏 복잡할 것 같은 조화는 입 안에서 완벽한 여름을 그려낸다. 한 젓가락, 또 한 젓가락, 어느새 더위가 기억나지 않는다.

공간도 정겹다. 번잡한 식당들처럼 정신없이 시끄럽지도, 과하게 꾸미지도 않았다.

단정하고 포근한 이곳은, 작은 의자 하나에서도 가족 손님을 위한 배려가 엿보인다. 혼자 찾아도, 함께 와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편안함이 있다.

양지면옥을 처음 찾기란 쉽지 않다. 이름난 관광지나 대로변이 아닌, 오봉산 산자락 골목 어귀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마치 바쁜 도시 한켠에서 우리를 다정히 기다리는 작은 쉼표 같다.

세상의 더위가 버겁게 느껴진다면, 은은히 퍼지는 구수한 향기를 따라 골목 끝까지 걸어가 보자.

팍팍해진 살림살이도, 뉴스 속 시끄러운 세상도 잠시 내려놓고, 그저 천천히 숨을 고르며. 

일본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마츠시게 유타카가 처럼 한 젓가락, 한입의 향연을 느끼길 추천드린다. 


인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출연한 급식대가의 추천. 양지면옥 제공 

 
서영인 기자
igor_seo@kukinews.com
서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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