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신시아의 ‘슬기로운’ 유영 [쿠키인터뷰]

다시 태어난 신시아의 ‘슬기로운’ 유영 [쿠키인터뷰]

tvN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주연 신시아 인터뷰

기사승인 2025-05-21 08:00:04
배우 신시아. 앤드마크 제공

1408대 1 경쟁률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예상치 못한 공백기를 마주했다. 신인이라 더 가혹하고 막막한 시간이었지만, ‘괴물 신예’는 극복법도 남달랐다. 자신만의 ‘리본 프로젝트’(Reborn Project)를 전개하며, 그야말로 다시 태어났다. 그렇게 만난 작품이 첫 드라마인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란다. 이제 몇 번이고 재도약이 두렵지 않을, 이미 슬기로운 배우 신시아를 20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입덕부정기를 거쳐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이자, 신원호 감독의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첫 스핀오프다. 시청률 3.7%로 시작해, 지난 18일 자체 최고 시청률 8.1%를 찍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극 중 신시아는 겉멋에 치중하는 깍쟁이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 표남경 역을 맡아 열연했다. 표남경은 러브라인의 중심은 아니었으나, 엄마와 환자들과의 에피소드를 이끌며 감동적인 성장기를 담당한 인물이었다. 이에 섬세한 감정 표현이 요구됐는데, 신시아는 이러한 캐릭터를 원래 입던 옷처럼 소화해 호평받았다.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신원호 감독은 일찌감치 신시아가 이토록 잘해낼 것을 믿어 의심치 않은 모양이었다. “감독님께서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셔서 미팅을 했었어요. 처음 만나 뵀을 때는 저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으시니까, 저라는 사람에 대해 많이 물어봐 주셨어요. 두 번째 만났을 때는 남경이를 한번 (대본으로) 읽어봤어요. 그렇게 캐스팅이 됐어요. 남경이가 똑 부러지고 깍쟁이 같지만 얘기하다 보면 허당기도 있고 정도 많고 눈물도 많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저와 많이 비슷해요. 감독님은 저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 보셨고 통찰력이 있으시니까 그런 면을 잘 알아봐 주신 것 같아요.”

신시아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세계관에 누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신원호 감독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 “내 몫을 잘 해내서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겠다는 각오로, 남경이를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그리려고 했어요. 외적으로는 꾸미는 걸 좋아하고 일과 사랑 모두 잡으려고 하는데, 그게 완전히 무너지고 꼬질꼬질해졌을 때 그 차이에서 남경이의 정체성이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최선을 다해서 남경이로 존재하려고 했죠.”

배우 신시아. 앤드마크 제공

여기에 이민수 감독의 칭찬은 신시아를 더 춤추게 했다. 장면 하나하나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해서, 더 풍성한 캐릭터의 면면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단다. “감독님이 진짜 칭찬을 많이 해주시는 편이에요. 준비해 온 디테일까지 다 먼저 알아차려 주셨고요. 그래서 저도 서너 개씩 준비해서 갔어요. 사실 저는 칭찬을 받으면 그저 즐기진 못하는 성격이에요. 개선할 점을 계속 말해달라고 하는 편인데, 감독님은 항상 ‘내 칭찬을 믿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이 같은 현장에서 신시아는 스스로 체감할 정도로 무럭무럭 자랐다. “6개월 넘게 촬영했는데 매일 성장했던 것 같아요. 드라마가 처음이어서 처음에는 시선 처리나 대사를 뱉는 것, 사소한 부분까지도 긴장되고 어려웠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남경이가 되고 남경이가 제가 되는 경험을 했어요. 남경이와 저의 간극이 좁혀질 때까지 많이 싸우기도 했는데요. 이를 조율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성장한 것 같기도 해요. 마지막 회에는 제가 정말 남경이가 된 느낌이었어요.”

신시아는 이 작품을 통해 연기는 물론, 인생을 배우기도 했다. 생사를 넘나드는 병원이라는 작중 배경 덕분이기도 하지만, 뜻밖의 의료대란으로 드라마 데뷔작의 공개가 밀리면서 겪었던 마음고생도 한몫했을 터다. “이 드라마에 캐스팅되기 전까지도 기다림의 시간이 1년 반에서 2년 정도 있었어요. 기다리면서 힘들기도 하고 괜찮아지기도 하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제대로 배웠던 게 ‘기다림에도 끝이 있구나’였어요. 나올 작품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죠. ‘이 시간을 어떻게 채울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긍정적인 부분을 생각하면서 행복하게 기다리려고 했고요. 촬영하고 1년 만에 TV에 나오는 저를 처음 보는데, 믿기지 않으면서도 정말 반갑고 기뻤어요.”

이처럼 건강하게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영화 ‘마녀2’ 이후 휴식기에 가졌던, 일명 ‘리본 프로젝트’가 있다. 스스로 하지 않을 것 같은 행동을 해보고, 여러 도전에 임하면서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단다. 그리고서 연이 닿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이 프로젝트의 마침표가 됐다. “처음에는 저한테서 원인을 찾으면서 제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자존감도 떨어졌고요. 그러다가 책을 읽었는데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라는 글귀를 봤어요. 생각의 전환점이 됐죠. 그 이후에 신원호 감독님을 다시 만났는데 ‘너 누구야. 왜 다른 사람이 돼서 나타났어’ 하셨어요. 그렇게 남경이를 하게 됐고요. 은인 같은 작품이에요.”

고작 데뷔 3주년을 앞둔 신인이면서, 배우라면 필연적으로 맞닥뜨리는 시련에 대한 자세가 이미 슬기로운 교수급이다. 새삼 신원호 감독의 탁월한 안목이 놀랍다. “‘마녀2’로 데뷔해서 지금까지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계획해서 계획대로 됐던 건 놀랍게도 하나도 없어요. 요즘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고 있는데,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고들 하잖아요. 지금의 목표라면, 이 마음으로 한 편 한 편 진심을 다해서 연기하는 거예요. 그저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유영하듯 서핑하듯 흐름에 맡기고 싶어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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