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유를 한다고 하면 정신적인 행동으로, 몸과 정신을 나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몸은 나의 집’이라는 슬로건처럼, 감각으로 사유할 수 있다는 점, 몸으로 사유하는 방식을 알려드리면 새로울 것 같았어요.” (원은혜 한국무용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박은실)은 ‘치유도 예술로’라는 명칭의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문화예술교육정책 20주년을 맞아 더욱 크고 다채롭게 열린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모든 국민이 전 생애에 걸쳐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과 국가 문화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역하는 국가 문화예술교육 전문기관이다.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및 ‘문화다양성 주간’ 행사가 23~2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일대에서 열렸다. 눈길이 가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지난 23일 행사의 첫 포문을 연 원은혜 한국무용가의 ‘나답게 사유하기’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전시를 관람하고, 몸으로 체화하는 적극적 감상과 나다운 사유의 시간을 경험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한국무용을 대표하는 원은혜 무용가가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참가자들 반응은 뜨거웠다. 한 참가자는 “삶이 힘들 때 종교, 신을 먼저 찾았다”고 돌아보면서 “춤을 만나게 됐고, 춤이 저를 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춤은 나답게 사는 길을 열어줬다. 이번 행사도 무용가님이 진행하시고 춤과 관련이 있어 보여 참여했는데, 저의 지평이 넓어진 것 같다.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원은혜 한국무용가는 23일 행사가 끝난 후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인상 깊은 소감을 남겨주신 참가자들이 많았다”면서 “춤이 나를 살리는 포인트 한 단어로 하면 몰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몰입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몰입하면 방해 받지 않는 내 공간이 생긴다. 몰두하고 있는 사람을 방해하지 않는다. 몰입하다 보면 경지로 가게 되고, 그걸 스스로 경험하는 시간이 생긴다”고 부연했다.
여러 활동 중에 꼭 ‘춤’이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 무용가는 “왜 춤이냐, 하면 일단 즐겁기 때문”이라며 “누구에게 부탁하거나 같이 할 필요 없이 스스로 할 수 있고, 몸을 쓰는 일들이 대체로 그렇다”고 말했다.

원 무용가는 신체심리센터 ‘몸집’ 소장을 맡고 있다. 이와 관해 “왜 몸집이 되냐면, ‘몸은 나의 집’이라는 슬로건이 있다”면서 “가장 안전한 곳이 내 몸이고 그게 내 집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도 몸집 철학을 녹였다. “이런 이야기들을 사유하는 방식으로 알려드리면 새롭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원 무용가는 “‘사유의 방’에 가면 압도되는 분위기는 있지만 거기서 나오면 끝이라 아쉽다는 느낌이 있었다”면서 “삶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런 부분들과 어떻게 연계성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복기했다.
이어 “저는 누구보다 몸을 쓰는 사람이므로, 감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었다”는 원 무용가는 “사유한다는 행위에서 사람들은 몸과 정신을 나눠서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몸을 활용해 감각하고 사유하는 활동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원 무용가는 “무용이라고 하면 보통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테크닉이 아니”라면서 “일상에서 바리스타가 한 달에 커피를 1000잔 내린다고 할 때, 그 사람의 로직이 생길 텐데 그게 바로 그 사람의 춤이 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춤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 원 무용가는 “자기만의 루틴이 있다면 결국 그게 춤이 된다. 리듬을 인지하기 시작하면 회복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루틴이 없고 무너진 삶이 치유와 반대인 아픈 삶”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원 무용가는 “많은 사람들이 루틴을 이미 다 몸으로 하고 있다”면서 “저는 무용가로서, ‘각자의 춤이 있으니 그걸 발견하세요’라고 안내하는 사람 안내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갈무리했다.
한편 2025 치유도 예술로 프로그램은 25일 곽현주 건신대 문화예술치료학과 교수의 영화를 매개로 한 프로그램, 최경아 시각예술가의 도형을 활용한 미술 심리테스트, 이지소·한다솜 유리공예작가의 공예 프로그램, 웹툰작가 가령의 아동 대상 웹툰 아트 힐링 프로그램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