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오는 29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국내 성장률 둔화가 뚜렷한 만큼, 큰 변수가 없는 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2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결정에 나선다. 이번 금통위는 조기 대선을 닷새 앞두고 열려 주목된다. 통상 대선 직전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조정을 자제하는 관행이 있었다. 실제 외환위기 이후 치러진 5번의 대선에서 대선 직전 금통위에서 금리가 조정된 사례는 없었다.
다만 최근 경기 둔화 압력이 그 어느 때보다 큰 만큼, 금통위가 예외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수 위축에 수출 감소까지 겹치며 경기 전반이 얼어붙은 데다, 통상 불확실성까지 가중되면서 성장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발 관세 전쟁의 충격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1분기 국내 성장률은 -0.2%를 기록하며 역성장했다.
이같은 경기 흐름 속에 금통위 내부에서도 인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금통위는 지난달 회의에서 원·달러 환율과 가계부채 증가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했다. 다만 금통위원 6명 전원은 3개월 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예고)를 제시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 5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도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며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금리 인하의 걸림돌이었던 환율도 최근 안정세로 접어들며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외환시장에서는 원 달러 환율이 6.6원 하락한 1369.0원으로 개장해 오전 11시11분에는 1360.4원까지 떨어졌다. 주간 거래 장중 저가 기준 지난해 10월 15일(1355.9원) 이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한은이 이달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도 인하 가능성을 높인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을 0%대 후반으로 줄줄이 낮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7%→0.7%, KDI는 1.6%→0.8%로 전망치를 하향했다. 연간 성장률 전망이 0% 후반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5월 인하론에 힘을 싣고 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월에도 금통위원 모두 3개월 내 인하 의견을 내고 2월 기준금리를 내린 사례가 있다”며 “현재 경제상황과 과거 사례 모두 5월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한다”고 분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주요 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1.0% 수준으로 낮추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한국은행도 1.0% 초반대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0.25%p 인하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다만 선제적인 금리 인하가 가져올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국이 나홀로 금리를 내릴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과 원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움직일 경우 외국 자금이 빠져나가거나 환율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며 “속도와 강도 면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