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리 교체하려 떼었다 붙인 루버, 그게 떨어졌다”…NC파크 사고, 해체·재설치 정황 드러나

[단독] “유리 교체하려 떼었다 붙인 루버, 그게 떨어졌다”…NC파크 사고, 해체·재설치 정황 드러나

구단, 루버 교체 은폐 의혹…사고 원인 알고도 묵살
2022년 말 비전문 업체가 루버 탈부착

기사승인 2025-05-29 19:38:10 업데이트 2025-05-29 20:05:46
창원NC파크 루버 낙하사고 외벽

지난 3월29일, 창원NC파크에서 루버(차양막) 낙하사고로 20대 여성이 숨진 가운데 해당 루버가 2022년 말 유리창 교체를 위해 탈착됐다가 비전문 업체에 의해 재설치된 정황이 드러났다.

NC다이노스 구단은 이 작업을 창원시설공단에 사전 보고하지 않아 관리 부실과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60kg 루버, 경기 당일 추락…사고 배경은 ‘재설치 이력’

사고가 난 루버는 창원NC파크 사무국 외벽 상단에 설치된 3개의 루버 중 가운데 부위로 길이 2.6m, 폭 40cm, 무게는 60kg에 달하는 대형 금속 구조물이다. 이 루버가 관중석 입구 인근으로 떨어져 지나가던 20대 여성의 머리를 강타했고 피해자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이 사고로 인근에 있던 2명도 부상을 입었다.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된 루버는 단순한 시공 부실이 아니라 과거 해체 및 재설치 이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작업을 목격한 구단 관계자 A씨는 “문제가 된 루버는 2022년 12월경 금이 간 유리창을 교체하기 위해 해체됐다가 다시 부착된 부위”라며 “외부에 설치된 루버를 제거하지 않고는 유리 교체가 불가능한 구조였고 작업은 전문 루버 시공업체가 아닌 일반 유리업체가 맡았다”고 증언했다.

2019년 설치된 창틀 실리콘(왼쪽), 2022년 말 교체된 창틀 실리콘(오른쪽) 

A씨는 “2019년 준공 당시 설치된 창틀과 유리를 고정하는 실리콘 부분(회색)과 3년 전 유리 교체했던 실리콘 부분(흰색) 색상이 확연하게 차이나 실제 유리를 교체했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점검 없이 마무리된 공사”…비전문 업체가 재설치

A씨에 따르면 해당 유리 교체는 겨울철 기온 차로 인한 유리 손상이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당시 가장 저렴한 유리 업체를 선정해 작업을 진행했다. 루버 탈착 이후 재설치 과정에서 체결 상태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A씨는 “설치 후 루버가 제대로 고정됐는지 혹시 느슨하진 않았는지 점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며 “구단은 유리를 교체하는게 목적이었지, 루버의 안전까지 신경 쓰지 못했다. 결국 그 루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A씨는 특히 “300개에 가까운 루버 중에서 하필 그 3개 중 가운데 것이 떨어졌다는 건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며 “그 부위에만 해체 이력이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단서”라고 덧붙였다.

공단 몰래 진행된 공사…계약 위반 정황도

더 큰 문제는 해당 작업이 창원시설공단에 전혀 보고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점. 창원시 소유인 창원NC파크는 NC다이노스 구단이 관리 주체인 창원시설공단과 ‘사용·수익허가 계약’을 맺고 야구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계약에는 창호 등 외벽 시설물에 대한 관리 범위는 공단이며 이 부분에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 구단은 이를 공단에 알리는 등 공단의 사전 승인 또는 협의 후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2022년 말 진행된 유리 교체 및 루버 탈착 작업은 이 규정을 무시한 채 구단 단독으로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당시 유리 교체 비용은 시설관리 대행업체를 통해 정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시설관리 대행업체가 선결제했을 경우 구단에 구상 청구한 내역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창원시설공단은 사고 이후 구단에 공문을 보내 루버 해체 이력을 질의했으나, 구단은 일부 해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시기나 위치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 중’을 이유로 회신을 유보했다.

루버 전수조사 결과…“우연 아닌 인재”

사고 루버의 낙하 원인이 시공 당시의 문제보다 이후 유지보수 과정에서 비롯된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구단의 관리 소홀과 책임 회피 의혹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루버 전수조사 결과, 총 300개 가까운 루버 중 체결 불량은 단 3건에 불과했다. 그중 실제 낙하 사고가 발생한 것은 단 한 건, 그 한 건이 바로 해체·재설치 이력이 있는 부위였다는 점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보다 명확히 보여준다.

A씨는 “사고를 일으킨 루버가 처음부터 부실하게 시공됐다기보다는 나중에 제대로 조여지지 않은 채 마감된 것이 더 큰 원인일 수 있다”며 “공단에 알리지 않고 은근슬쩍 공사를 진행한 것도 결국 책임 회피와 은폐 시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전문 업체가 작업했다고 의심되는 부분을 지적한 제보자 B씨는 “약 한 달 전, 당시 작업(유리 교체 및 루버 탈부착)에 참여했던 관계자가 루버가 떨어져 사람이 사망한 것을 접하고 당시 작업현장임을 인식해 경찰에 제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고, 인재였다”…재발 방지책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자연재해나 노후화’로 인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실수와 관리 부실’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인재(人災)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속 루버는 일반 주택용 자재와 달리 고정 기술과 구조 계산이 필요하며 해체·재설치 시 전문 기술자에 의한 작업과 정밀 점검이 필수적이다.


한 금속제창 전문 시공업체 관계자는 “NC파크에 설치된 루버는 단순 장식용이 아니라 특수 제작된 대형 구조물로 설계·시공·점검까지 모두 전문 업체가 해야 한다”며 “60kg 이상의 구조물이 고정 불량으로 떨어졌다는 건 관리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 시공·감리업체 압수수색…본격 수사 확대

현재 이 사건은 현재 경남경찰청에서 수사 중이며 경찰은 지난 4월11일 창원시청, 창원시설공단, NC다이노스 구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4월25일 전북 지역 루버 시공업체를, 5월14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감리업체까지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루버를 처음 설치한 업체와 유리 교체 당시 작업한 업체가 서로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해당 작업이 관련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 공단과 구단 간 관리 책임 범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NC다이노스 구단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원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창원시와 창원시설공단도 경찰 수사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알면서도 방치된 위험’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로 결론날 경우 책임자 처벌과 함께 강도 높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종효 기자, 이영재 기자
k123@kukinews.com
강종효 기자
이영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