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홈쇼핑 송출 수수료 가이드라인…대선 정국 ‘사각지대’

늦어지는 홈쇼핑 송출 수수료 가이드라인…대선 정국 ‘사각지대’

지난해 12월 업체·협회에 가이드라인 개정 안내…추가 절차는 아직
올해 송출 협상에서도 대가산정 협의체와 ‘가이드라인’이 핵심 역할
업계 “조속한 개정안 마련으로 갈등 해법 마련 필요”

기사승인 2025-05-28 06:00:07
사진=픽사베이

홈쇼핑과 유료방송 간 송출 수수료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정부가 중재에 나선 ‘송출 수수료 가이드라인’ 개정 논의가 반년 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어떤 내용이 담길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지난해 개정 추진을 예고한 이후 별다른 후속 소식이 없어 업계의 답답함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과기부는 지난해부터 홈쇼핑 송출 수수료 가이드라인 개정안 검토를 진행 중이다. 송출 수수료는 TV홈쇼핑이 채널 송출의 대가로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하는 이용료를 뜻한다. 이 수수료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TV홈쇼핑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매출액 대비 송출 수수료 비율은 73.3%에 달했다. 업계의 전반적인 매출 부진 속에서도 2021년 60%, 2022년 65.7%, 2023년 71%에 이어 지속적으로 상승한 수치다.

이처럼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정부의 제도적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료방송사와 홈쇼핑사 간 송출 계약 과정의 공정성 확보와 협상 기준 정립을 위해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지난 2018년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최근 협상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했다. 실제로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대가검증 협의체를 운영, CJ ENM과 3개 종합유선방송사 간 송출 수수료 갈등을 중재했다. 대가검증 협의체는 이 과정에서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검토했고 협상 시 가이드라인의 고려 요소를 무시하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요구를 한 경우 등을 지침 위반 사항으로 확인했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대해 행정처분 전 사전통지 절차를 진행했고 양측이 협의체의 권고를 수용하면서 송출이 재개됐다. 이후에도 과기정통부는 사업자들에게 가이드라인에 따른 고려 요소를 반영해 1개월 이내에 협상을 마무리할 것을 골자로 한 시정명령 처분을 내렸다. 

이처럼 업계 간 팽팽한 입장 차로 평행선을 달리는 송출 수수료 갈등은 ‘가이드라인’ 등 제도적 기준이 협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지난 2018년 처음 시행된 송출 수수료 가이드라인은 이후 두 차례 개정을 거쳤다. 2019년에는 대가 산정 요소의 범위를 구체화하고 부당 행위 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개정됐으며 2023년 개정에서는 조정계수를 대가 산정 요소로 명문화하지 않고 물가상승률도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올해 다시 개정을 앞둔 가이드라인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논의 지연으로 개정안이 좀처럼 나오지 않아 업계의 답답함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말연초 홈쇼핑 업체들이 유료방송사업자들과 송출 계약을 재협상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만 업계 실적이 악화될 경우에도 ‘과도한 수수료 부담’이라는 불만이 이어지기도 한다. 또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책 변화가 예고되며 제도 개선 요구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속한 가이드라인 개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IPTV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탄핵 정국 전에 과기부로부터 송출 수수료 가이드라인 개정 관련해서 한 차례 안내를 받은 바 있다”며 “국내 정세가 혼란스러워진 이후로 추가 절차를 전달 받은 바는 없고 업체 및 협회가 의견을 내거나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부분도 아직”이라고 말했다.

다른 TV홈쇼핑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개정을 위한 마지막 절차인 업계 의견 수렴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개정 작업이 임박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지난해부터 과기부에서 연구반을 통해 가이드라인 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얼추 가닥이 잡힌다면 의견 청취 단계를 거쳐 올해 안으로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홈쇼핑 업체 관계자도 “업체는 정부의 안내와 방침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 추가적인 일정 안내를 일단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기부 방송진흥정책관 관계자는 “아직 양 당사자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까지 오지는 못했고 가이드라인의 내용 관련 이해관계가 아직도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할 수는 없다”며 “지난 2023년 가이드라인 개정에서 물가상승률 등의 내용이 제외된 것은 추가적인 협의 내용을 최소화하고 갈등의 여지를 줄이기 위함으로 이와 같은 기조는 일정 부분 새로운 가이드라인 개정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송출 수수료를 둘러싼 홈쇼핑업계와 유료방송업계 간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유통구조 재편으로 홈쇼핑 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을 겪고 특히 TV 기반 매출 비중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수수료는 오히려 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홈쇼핑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탈 TV’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TV 매출 의존도가 높아 송출 수수료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실제로 홈쇼핑 전체 매출 중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51.4%에서 2022년 49.4%, 2023년 49.1%로 50% 아래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절반 가까운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홈쇼핑업계와 유료방송업계 모두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에는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연초부터 계속된 협상이 끝내 결렬되자 CJ온스타일이 일부 종합유선방송에서 방송 송출을 중단하는 ‘블랙아웃’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측은 단순한 갈등 조정 차원을 넘어 방송 산업 전반의 규제 개선과 실질적인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 간 입장 차가 워낙 커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가이드라인과 같은 제도적 기준이 협의의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개정안의 조속한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를 수수료 갈등에 대비해 업계는 제도 개선을 통한 실질적인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및 과기부의 역할은 단순히 유료방송과 홈쇼핑 간의 갈등을 중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방송 산업 전반의 정책 규제를 완화해 수익성을 높일 방안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각 사업자가 매출을 확대하고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행 규제의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홈쇼핑 사업자는 데이터 홈쇼핑 생방송 허용, 화면 비율 규제 폐지, 중소기업 상품 판매 비율 의무 폐지가 필요하겠고 유료방송은 채널 및 요금의 자율성 확대가 필요하다”며 “이와 같은 규제 개선은 갈등의 근본 원인인 시장 침체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TV홈쇼핑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개정이나 대가산정 협의회 구성 자체는 긍정적인 움직임이지만 이미 갈등이 격화된 상황에서는 사후 조치에 그칠 수 있는 만큼 더 섬세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케이블TV 가입자 수 등 민감한 수치를 정부 부처가 공신력 있게 중재해준다면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협상 기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가산정 협의체 참여 인원 중 교수나 법률·회계 전문가 등은 공정성 면에서는 적합하지만 업계 입장을 대변할 만큼의 이해도는 부족한 아이러니가 있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다빈 서명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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