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빼고 계약하나”…서울시·마포구 소각장 협약 정면충돌

“집주인 빼고 계약하나”…서울시·마포구 소각장 협약 정면충돌

마포구 “형식적 면담뿐…협약 효력정지 가처분 검토”

기사승인 2025-05-28 06:00:07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폐기물 소각장 건립 관련 주민 설명회. 이예솔 기자  

서울시와 마포구가 상암동 자원회수시설(소각장) 공동 이용 협약을 두고 다시 맞붙었다. 신규 소각장 설치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존 시설의 협약 갱신 문제에서도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갈등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지난 16일 중구·종로구·용산구·서대문구 등 4개 자치구와 함께 마포자원회수시설 공동 이용에 관한 변경 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소각장은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시 관할 시설로, 1997년부터 다섯 자치구가 함께 이용해왔다. 2005년 체결된 20년 기한의 기존 협약은 오는 31일 만료될 예정이었다.

시는 협약 기간을 ‘시설 폐쇄 시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해 마포구의 동의 없이 협약을 강행했다.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다.

이에 대해 마포구는 협약의 당사자인 자신들이 논의에서 배제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포구는 1년 단위 계약 전환, 생활폐기물 반입수수료 인상, 주민지원기금 산정 비율 상향, 운영위원회에 마포구민 과반 참여 보장 등을 요구했지만, 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마포구에도 회의 참석을 요청했고, 실무선에서 여러 차례 접촉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마포구는 “모두 형식적 간담회에 불과했다”며 “실질적인 협의가 아닌 단순 면담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반박했다.

서울시가 협약 논의가 이뤄진 운영위원회 회의에 마포구와 주민지원협의체만 불참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마포구는 “만료 50일을 앞두고서야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제시하고, 회의 개최도 불과 3일 전에 통보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 마포구 제공

마포구는 이번 협약이 무효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협약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법원이 이를 인용할 경우 마포자원회수시설은 오는 31일부로 운영이 종료된다. 앞서 서울시의 신규 소각장 입지 결정에 대해 마포구가 제기한 행정소송과 더불어 두 번째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협약 논란은 지난 2022년 11월, 서울시가 상암동에 하루 1000톤 처리 규모의 신규 자원회수시설 건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마포구는 “기존 소각장 하나로도 과도한 부담을 안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입지 선정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마포구가 승소했고, 서울시는 항소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마포구를 배제한 채 나머지 4개 자치구와 협약을 체결하자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마포구는 “집주인을 빼놓고 세입자들끼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셈”이라며 “정당한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연장한 협약은 무효”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발전기금 200억원에 대해서도 “그렇게 중요하다면 돌려주겠다. 대신 소각장은 다른 곳으로 이전하라”고 맞섰다.

또 마포구는 서울시에 종량제봉투 가격 인상과 함께 향후 5년간 연 10%씩 소각량을 감축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서울시는 1인가구 증가와 배달 문화 확산 등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마포구는 “감축 노력은 외면한 채 소각장만 늘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서울시는 정당성 없는 협약을 즉시 무효화하고, 공식적인 재협의에 나서야 한다”며 “마포구는 피해 당사자인 주민들과 함께 강력히 연대해 법적 대응 등 강경하게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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