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의 얼굴로 대중을 웃기고 울리는 방송인 이수지는 댓글에 웃고 운다. 원체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다 보니 의도치 않은 오해가 따르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코미디가 어떤 이에게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안긴다는 사실에 늘 울컥한다. 지난달 26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악플에 울기도 하지만 제 영상을 보면서 웃는다는 메시지를 받으면 ‘내가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생각에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KBS2 ‘개그콘서트’의 린자오밍, 쿠팡플레이 ‘직장인들’의 ‘돌싱’ 이수지 과장,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의 백두장군, 슈블리맘, 제이미맘까지, 그를 대표하는 부캐릭터를 콕 짚어 말하기 힘들 정도다. 어릴 적부터 습관처럼 해왔던 모사가 이젠 직업이 됐지만, 여전히 재밌는 모양이다. “지독하다는 평가가 제일 좋아요. 쉬는 시간이 생기면 아프다고 할 정도로 심심해요. 이때 하지 못했던 캐릭터를 만들어볼까 하는 거죠. 재밌는 작업이에요.”
이수지가 선보이는 캐릭터가 매번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기시감을 주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실 어디선가 봤을 법한 수준을 넘어 한 집단을 관통하는 듯한 연기라는 평이 적확하다. 이에 특정 인물을 겨냥하고 만든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자녀의 학원 라이딩을 하는 제이미맘이 그 예다. “유사하게 보일 수 있지만 전혀 아니었어요. 아쉬움도 있지만 미안한 마음이 더 크죠.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을 보여주는 게 코미디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의 코미디는 ‘모사’가 아닌 ‘풍자’로 통한다. 그만큼 사회에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 제이미맘이 입은 명품 패딩을 판매하는 글이 쏟아졌던 것을 두고, 해당 브랜드의 ‘장례식’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사실 그 브랜드 본사를 만난 적이 있어요. 보자마자 무릎을 꿇었는데, 그분도 무릎을 꿇으시더라고요(웃음). 다행히 회사 내에서 좋은 반응이라고 하셨어요.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하셔서 감사했죠.”
이처럼 ‘인간 복사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떨친 이수지는 올해 백상예술대상 여자 예능상까지 거머쥐었다. 다음 목표는 희극을 넘어 정극 연기로도 인정받는 것이다. 특히 50대에 접어들 쯤 엄마 연기를 해보고 싶단다. “연기에 대한 갈망이 계속 있어요. 정극 연기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시간들을 쌓아서 대한민국을 울리고 싶어요. 염혜란 선배님처럼 엄마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제가 눈물이 많은데 ‘엄마’ 하면 뭉클하잖아요. 연기하면서 저도 울 것 같아요.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