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분만 볼 수 있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대스타 다섯 분을 한 자리에서 보다니 놀랐어요”
지난달 29일 충남 논산시 강경읍 옥녀봉예술촌(구 조선식산은행 강경지점장관사)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레전드 성우들의(김종성, 배한성, 박기량, 서혜정, 김상현) 특별한 무대 '별들의 낭독' 행사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별들의 낭독’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신문명을 접한 것 같다”며 “김상현 씨가 신경림 시인의 <낙타>를 낭독할 땐 전율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옥녀봉예술제에 따르면 화려한 무대 연출이나 시끄러운 음악 없이, 오직 성우들의 목소리 하나로 채워진 이번 행사는 여느 지역의 낭독행사와는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고 말했다.
또 객석에서는 감탄과 환호가 끊이지 않았으며, 워낙 쟁쟁한 스타 성우들이기 때문에 관객의 집중력은 쉽게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더불어 공감과 재미를 이끌어내는 구성도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연은 ▲별, ▲오디오드라마 ‘덕혜옹주의 그날’, ▲강경 기억읽기, ▲시와 낭독과 노래, ▲추억의 사용설명서, ▲별들이 사랑한 시 등 6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지루할 틈 없는 다채로움을 선사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하고 구성하면서 연출까지 한 조수연 씨는 서울 KBS에서 라디오드라마와 TV다큐멘터리 작가로 25년간 활동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4년 전 고향인 강경으로 귀향해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으며 별들의 낭독에서도 잘 드러났다.
현장에서 이루어진 드라마 ‘덕혜옹주의 그날’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안겼다. 특히 '격동 50년'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은 김종성 성우는 내레이션에서 특유의 컬러가 발휘돼 관중들에게 감격을 선물했다.
아울러 김상현 씨는 40여 년 전 전자제품 사용설명서를 감성적으로 해석한 ‘추억의 사용설명서’ 코너로 레트로 감성과 참신함을 보여줬다.더욱이 배한성 씨는 금성 싱싱냉장고의 사용설명서를 감성적으로 낭독해, 관객들에게 웃음과 공감을 자아냈다. 오래된 전자제품 사용설명서는 조수연 씨가 번개장터에서 2만 원에 구입했다고 한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논산문화원장 권선옥 시인의 ‘강경에 가면’, 정현수 전 강경역사문화원장의 ‘옥녀봉 노을을 안고’, 시조시인 김진길의 ‘행군’ 등 지역 시인들의 작품이 성우들의 낭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에 대해 정현수 전 원장은 “난 내 시가 탐탁지 않았는데 박기량 성우가 낭독하니 꽤나 괜찮은 시처럼 느껴졌다”며 소감을 전했다.
낭독과 노래의 콜라보도 매력적인 무대였다. 바리톤 고성현이 불러 널리 알려진 ‘서시’를 이 노래의 작곡자이자 논산 출신 싱어송라이터 정진채 씨가 함께했다.
성우 서혜정 씨가 먼저 한 소절 낭독을 하면 정진채 씨가 그 구절을 다시 노래로 불러 특별한 하모니를 이루어냈다.
조수연 연출자는 “요즘 사람들은 느긋하게 감상하거나 음미하는 여유가 부족하다. 그들에게 낭독 콘텐츠는 지루한 장르"라며 "감동은 둘째 치고, 중간에 자리를 뜨는 관객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하면서 "그런 면에서 이 공연은 대 성공"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관객들은 “우리 지역에서 이런 대단한 수준의 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어 놀랍다”며 "지역의 낭독문화의 새 장을 열게 됐다"고 칭찬을 쏟아냈다.
그러면서도 이번 공연을 지켜본 사람들은 "조수연 씨 개인 사재로 제작된 '별들의 낭독'이 과연 앞으로 계속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한편 지역 문화예술계 안팎에서는 “자치단체의 지원이 주어진다면 공연의 질적·환경적 측면에서 얼마든지 업그레이드될 수 있고, 우리 지역이 내놓고 자랑할 수 있는 대표 콘텐츠가 될 수 있다”며 기대의 목소리를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