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편의점에서도 주류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와인 소비가 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음식과의 궁합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업계는 와인을 일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한식과의 페어링 문화를 구축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12일 업계 따르면 종합주류기업 아영FBC는 지난 10일 서울 중구의 다이닝 바 ‘모와’(Mowa)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나라 전통 장류를 사용한 육류 요리와 와인을 조합한 ‘마주한상(磨酒閑床)’을 선보였다.
마주한상은 단순 식사를 넘어, 마주 앉아 나누는 이야기 등 교류를 지향하며 된장·간장·고추장 세 가지 전통 장을 주제로 한 요리에 각 성격에 맞는 와인을 페어링한 한 상 메뉴다. 이를 통해 발효(장)의 풍미와 숙성(와인)의 미학이 만나는 접점을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아영FBC 관계자는 “마주한상은 정성 들인 술상 위에 여유롭게 마주 앉는 시간을 의미한다”며 “전통과 현대, 로컬과 글로벌이 함께 어우러져 한국인의 정서와 발효 식문화 속에 와인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경험을 전달하고자 기획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식탁 위의 기물 또한 전통주 유승협 작가의 ‘기와’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은 도자기로 구성해 그릇의 질감과 형태, 색감 하나하나까지도 한국적인 미식의 순간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전통 장을 활용한 음식과 함께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을 곁들여 제공했다.
유자를 가미한 초간장을 사용한 잿방어 회 요리에는 프랑스 상파뉴의 샴페인 ‘파이퍼 하이직 에센셜’을 페어링했다. 나물무침·발효한 참외를 곁인 해당 요리는 기름진 잿방어임에도 아로마·시트러스 향이 더해진 샴페인과 조화를 이뤘다. 재래된장소스에 재운 후 비장탄에 구운 돼지 항정살 요리는 강한 사과 커스터드, 갈아낸 큐민과 자스민 꽃 향을 느낄 수 있는 화이트 와인 ‘아일린 하디 샤르도네 2022’와 페어링됐다.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한우 홍두깨살 육회는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와인 ‘하트포드 코트 러시안 리버밸리 피노누아 2022’를 페어링했다. 블랙 베리·블랙 체리 아로마의 레드 와인은 명이나물과 발효한 표고버섯, 돼지감자 장아찌를 조합한 육회 요리의 풍미를 끌어올렸다.
현장 관계자는 “와인과 한식의 페어링은 음식의 개성과 풍미를 극대화하고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는 예술”이라며 “마주한상으로 간장, 된장, 고추장이라는 세 가지 전통 장(醬)에 어울리는 와인을 선정해 발효 음식과 숙성 와인이 만나는 섬세한 미식 경험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아영FBC는 앞으로도 ‘와인은 특별한 날에만 마시는 술’이라는 인식을 넘어, 일상 식탁에서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전통 장류나 제철 식재료와의 페어링 연구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성하윤 아영FBC 와인사랑 마케팅 팀장은 “최근 음식 트렌드는 전 세계 음식의 풍미를 혼합하는 창의적·혁신적인 요리 방식인 ‘컨템포러리 이노베이트 퀴진’(Contemporary Innovative Cuisine)으로, 세계 각국의 장르를 넘어서고 있으며 각각의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며 “한식은 증류주뿐 아니라 와인과도 훌륭한 궁합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와인 소비 경향은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고가의 제품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적절한 품질의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가 더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2025년 1분기 식품 수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와인 등 과실주 수입은 1만8000톤(t)으로, 전년 동기(1만2000t) 대비 47.9% 증가했다. 반면 수입액은 1억1000만달러(1570억원)에서 1억달러(1430억원)로 8.1% 감소했다. 수입 과실주 kg 당 단가는 지난해 1분기 9.2달러에서 올해 1분기 5.7달러로 하락했다. 식약처는 “고가의 제품보다는 합리적인 가격과 적절한 품질의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