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기업과 가계가 급속히 늘고 있다. 특히 가계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부실 지표는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월 말 기준 전체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평균은 0.49%로 집계됐다. 지난 4월 말(0.44%)보다는 0.05%포인트(p) 올랐고, 지난해 12월 말(0.35%)과 비교해도 0.14%p 높아졌다.
대출 주체별 연체율을 보면 △가계 0.36% △대기업 0.18% △중소기업 0.71% △전체 기업 0.6%다. 지난해 말보다 각 0.07%p, 0.17%p, 0.22%p, 0.20%p 뛴 수치다.
특히 경기 부진에 가장 취약한 계층인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 징후가 더욱 뚜렷해졌다. 5대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5월 말 기준 0.67%로 한 달 만에 0.06%p가 올랐고, 지난해 말(0.48%)보다 0.19%p 상승했다.
가계·자영업자·기업대출의 부실 위험 지표는 9~11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A은행의 5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연체율(0.56%)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0.49%)은 내부 시계열 확인 결과 각 2014년 6월 말(0.59%), 2014년 9월 말(0.54%) 이후 각 10년 11개월, 10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가계 연체율(0.33%)도 2014년 6월 말(0.34%) 이래 최고였고, 중소기업(0.61%)과 전체 기업(0.52%) 연체율도 각 2014년 9월 말(0.68%), 2015년 9월 말(0.5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B은행 역시 5월 말 개인사업자 연체율 0.57%를 기록하며 2014년 9월 말 이후 가장 높았고, 전체 원화 대출(0.42%)과 전체 기업(0.52%) 연체율 모두 2016년 9월 말(0.44%·0.61%) 이후 8년 8개월 만에 최고였다.
이외 C은행의 전체 원화대출(0.49%)과 중소기업(0.75%) 연체율, D은행의 가계 연체율(0.32%)과 NPL 비율(0.35%) 모두 2016년 이후 최고 기록이었다.
은행권은 대출 부실화의 배경으로 장기간 지속된 경기 불황을 꼽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인한 계속된 내수 부진과 미국 관세정책 영향 등에 따른 수출 감소 등 대내외적 상황이 모두 안 좋아 상환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태”라며 “전반적인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실 대출 지표가 특히 안 좋다”면서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은 이상 한동안 부실 대출이 계속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