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K금융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가 늦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상인저축의 매각이 불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OK금융은 지난해 12월 상상인저축은행의 실사를 마치고도 6개월 이상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통상적으로 실사 이후에는 인수조건을 협상하고 주식매매계약을 맺는다. 실사에서 특별한 이슈가 없었다면 1~4주 내에도 계약이 체결된다. 계약 체결 후에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승인을 받는 과정을 거친다.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원인으로는 매각가가 지목된다. OK금융은 8~900억원 선을 제시했으나 상상인은 최소 1000억원 이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우리금융지주가 인수를 검토할 때도 매각가가 문제가 됐다. 우리금융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양사는 가격 협상을 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인수가 무산됐다. 우리금융은 2000억원대, 상상인은 2500억원대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상인저축의 자산 건전성이 악화된 점은 현재 매각가 협상을 더 어렵게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상상인저축은행에 적기시정조치 중 경영개선을 권고했다. 지난 1월 기준 상상인저축은행이 경영실태평가에서 자산건전성 최하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상인저축은행의 총 자산은 2조31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00여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은 2279억원으로 238억원 줄어들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7%로 전년 동기 대비 2.73%포인트(p) 늘었다.
매각의 또다른 걸림돌은 소송이다. 상상인그룹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고 상상인저축 매각에 나섰다. 상상인 측은 해당 제재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소송에서 승소해 제재가 취소될 경우 매각 결정을 보류할 수 있다. 상상인그룹은 첫 번째 행정소송에서 패소하고 최근 두 번째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상상인그룹에 상상인저축을 매각하라는 내용의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 충족 및 주식 처분 행정명령을 내렸다. 저축은행의 대주주는 직무정지 등 제재 대상이어서는 안 되는데, 지난 2019년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가 저축은행법 위반 혐의로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상상인그룹 지분 23.65%를 가진 대주주로, 상상인저축 지분은 모두 상상인그룹이 갖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상상인그룹에 저축은행 대주주를 변경하라고 2023년 8월 명령했다. 그러나 유 대표가 지분을 처분하지 않자 같은해 10월 저축은행 지분 90%를 매각하라는 주식처분 명령이 추가됐다.
일각에서는 정권 교체로 소송전의 결말이 뒤바꿀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법원이 상상인 측 손을 들어줄 경우 매각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행정명령에 정치권 입김이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정권이 교체된 만큼 앞으로 행정소송에서 다른 결과가 나와 매각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상상인저축은행 관계자는 OK금융의 인수에 대해 “적절하지 않은 조건으로 성사되기는 어렵다”며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최종 결정은 OK금융이 내리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