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 원점부터 막는다'… IBS, 새 항바이러스 물질 개발

[쿠키과학]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 원점부터 막는다'… IBS, 새 항바이러스 물질 개발

바이러스 복제 단백질 간 결합 차단 항바이러스제 개발
비강 투여로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과 확인

기사승인 2025-06-23 17:08:48
펩타이드 기반 코로나19 치료제 개념도.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의 RNA 복제 효소(RdRp)는 NSP12와 NSP8 단백질이 결합하여 복합체를 형성해야 정상 작동할 수 있다. 이 결합 부위(NSP12–NSP8 인터페이스)를 차단하는 NSP8 유래 펩타이드는 바이러스 복제 효소의 복합체 형성을 방해한다. 비강 투여된 펩타이드는 실험쥐 모델에서 폐 병변 감소, 생존율 증가, 바이러스 감소 등의 효과를 나타냈다. IBS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재유행 가능성과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한 세계적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기존 항바이러스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제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최영기 소장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증식의 핵심인 'RNA 복제 효소 복합체' 형성을 차단하는 새로운 항바이러스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입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스스로 증식하기 위해 ‘RNA 의존적 RNA 중합효소(RdRp) 복합체’를 이용한다.

이 복제 효소 복합체는 바이러스 유전물질을 복제해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도록 돕는데, 세 가지 단백질 NSP12, NSP8, NSP7이 꼭 맞물려 작동하는 구조다.

이 중 NSP8은 전체 구조를 안정시키는 결합 고리 같은 역할을 하는 핵심 단백질이다.

현재 널리 쓰이는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와 몰누피라비르는 이 복합체의 활성을 직접 억제하지만,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가 제한적이고 내성 위험도 존재한다.

이에 연구팀은 기존 항바이러스제처럼 복합체 작동을 막는 것이 아닌, 복합체 자체가 형성되지 못하도록 단백질 간 결합을 차단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연구팀은 NSP12-NSP8 사이 결합 부위에 주목했다.

이 부위는 다양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서도 잘 보존된 영역으로, 변이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으로 결합 부위를 정밀하게 분석한 뒤 구조를 모방한 펩타이드 4종을 개발했다. 펩타이드는 단백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 아미노산이 짧게 연결된 사슬형태 분자로, 생체 내에서 특정 단백질과 결합하거나 작용을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연구팀은 펩타이드가 체내에서 안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구조를 최적화하고, 세포막을 통과할 수 있도록 세포 침투 서열을 함께 도입했다.

이렇게 개발된 펩타이드 기반 항바이러스제는 NSP12와 선택적으로 결합해 NSP8의 접근을 차단, 복합체가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못하게 막아 바이러스 RNA 복제와 증식을 억제한다.

실제 연구팀은 세포 실험과 생쥐감염모델을 통해 이 펩타이드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검증한 결과 펩타이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 복제를 억제하고, 감염된 세포와 조직 내 바이러스 농도를 크게 감소시켰다.

특히 생쥐의 비강을 통해 투여하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감염에 대해 100% 생존율을 보였다. 또 체중 감소와 폐 손상도 현저히 줄어드는 등 강력한 예방·치료 효과도 나타났다.

펩타이드 구조 및 설계.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복제 효소의 핵심 구성 요소인 NSP12와 NSP8 사이의 결합 인터페이스를 구조 분석을 통해 도출하고, NSP8 단백질의 결합 부위(blue α-helix 및 surrounding loop)를 기반으로 4종의 펩타이드 후보(N8-Pepα, N8-Pepα_cyc, N8-Pepβ, N8-PepβD)를 설계하였다. 특히 N8-Pepα_cyc는 두 잔기 사이에 이황화 결합(disulfide bridge)을 도입하여 구조적 안정성을 향상시킨 형태로, 실험 결과에서 가장 우수한 결합력 및 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냈다. IBS

이는 감염 전·후 어느 시점에 투여해도 효과가 있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로 펩타이드의 안정성 향상 및 전달 시스템 최적화를 통한 임상적용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최 소장은 “이번 연구가 겨냥한 NSP12-NSP8 결합 부위는 다양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서도 고도로 보존되어 있다”며 “이를 표적으로 하는 접근은 향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출현에도 대응할 수 있는 범용 항바이러스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펩타이드 기반 치료제는 안정성과 유연성이 높아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에 적용 가능한 차세대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성과는 지난달 27일 국제학술지 ‘몰레큘러 테라피(Molecular Therapy, IF 12.9)’에 게재됐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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