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선 안될 ‘오겜’ 이명기, 믿고 보는 배우 임시완 [쿠키인터뷰]

믿어선 안될 ‘오겜’ 이명기, 믿고 보는 배우 임시완 [쿠키인터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 주연 배우 임시완 인터뷰

기사승인 2025-07-02 12:51:51 업데이트 2025-07-02 13:45:11
배우 임시완. 넷플릭스 제공


배우 임시완이 누구도 믿어선 안 될 이명기를 질릴 만큼 실감 나게 소화해, 믿고 보는 배우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이하 ‘오징어 게임3’)에서 가장 지탄받는 캐릭터를 연기한 그는 2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믿으면 안 될 사람이다. 찍으면서 저도 ‘아차’ 싶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명기는 지난 시즌에서 선과 악을 명확히 정의하기 인물이었으나, ‘오징어 게임3’에서는 갓 태어난 자신의 아이까지 이용해 살아남으려고 하면서 ‘최강 빌런’으로 등극했다. 임시완은 “욕을 많이 먹고 있다”면서도 “배우로서 캐릭터로 욕먹는 건 축복이라는 얘기를 익히 들어왔다. 기분 좋게 이 시기를 보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임시완이 본 이명기는 절대악보다는 ‘겁쟁이’에 가까웠다. 그는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면서도 “겁 많고 소심한 찌질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나쁜 마음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촬영했어요. 잔꾀를 많이 부려서 문제지만, 적어도 준희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었어요. 준희가 같이 살아 나가야 한다는 게 주된 원동력이었는데, 사라지면서 공허함, 분노 같은 감정이 든 게 아닐까요.”

황동혁 감독의 디렉션 역시 이명기가 완전한 악인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런 지점에서 임시완은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혼란스럽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무엇보다 김준희(조유리)를 도와준 조현주(박성훈)를 살해하는 신, 아기를 볼모로 성기훈(이정재)을 협박하는 마지막 게임 신은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충격적이긴 했어요. 인간적으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신이었어요. 이런 장면은 필수적으로 감정을 준비하는 편인데, 준비하는 과정 역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고요. 누구도 죽이면 안 되겠지만 현주같이 정의로운 인물을 죽이니까, 사실 저는 그때부터 명기에게 마음이 떴어요. 그런데 시청자분들은 파이널 게임에서 배신감을 느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보다 관대하셨던 것 같아요(웃음). 명기는 일찍 죽어야 했어요. 준희를 위해서 한 번 희생해야 했어요.”

배우 임시완. 넷플릭스 제공


그럼에도 이정재의 도움으로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정서적으로 쉽지만은 않은 신이었어요. 그 속에서 정재 선배님의 힘을 많이 받았어요. 찍다 보면 카메라 각도상 얼굴을 마주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단 말이죠. 그러면 결국 혼자 상대방이 있다고 상상하고 촬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선배님이 어떻게든 저한테 힘을 주시기 위해서 카메라 사이를 비집고 시선을 주셨어요. 대사도 실제 연기할 때처럼 에너지를 그대로 실어서 해주셔서 수월했던 기억이 있어요. 정말 멋진 선배님이고, 대단한 배우라는 확신을 갖게 됐죠.”

스포일러와의 전쟁도 쉽지 않았다. 특히 ‘오징어 게임2’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이 상위에 적혀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다. 당시 인터뷰에서 답을 피했던 그는 “제가 거짓말했다. 저는 겁쟁이”라고 인정해 웃음을 자아냈다.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어요. 방어하기에 급급했던 입장이었다면, 이젠 맘만 먹으면 어디 가서 모든 결말을 얘기할 수 있는 거죠. ‘궁금해? 다 얘기해줄게’ 같은 마음이에요. 특별출연 케이트 블란쳇? 다 얘기할 수 있어요. 상황이 바뀌었어요. 그땐 저로 인해 스포일러가 나올까 봐 겁이 났었어요. 드릴 수 있는 말 역시 없었고요. 결말에 대해서는 스스로 속이려고도 많이 노력했어요.”

임시완은 ‘성덕’(성공한 팬)이다. ‘오징어 게임1’의 열렬한 팬이었던 그에겐 ‘오징어 게임2’ 합류 자체가 큰 성취였다고 강조했다. “‘오징어 게임’을 통해 얻고자 한 건 없었어요. 굉장히 재밌게 봤던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많이 설레는 지점이었어요. 배우 커리어에 있어서 극명하게 저를 바꿔놓겠다는 기대는 없어요. 저를 어떤 배우라고 소개하기에는 더 명쾌하고 쉬워지겠지만, 저를 명기로 알아보는 경우가 많으니 이제 어떻게 변주를 줄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돼요.”

출연자가 아닌 팬의 입장으로 본 시리즈의 마무리는 어땠을까. 임시완은 “시즌1 팬으로서 시즌2, 시즌3이 나와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결말에 호불호가 있다고 들었고, 그런 반응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감독님께서 지금 결말을 굉장히 심도 있게 고민하셨다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대중의 예측이나 기대 모두 염두에 두고 어떻게 변형할지까지 고민하셨을 거예요. 그래서 만족감은 큰 것 같아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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