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진짜 끝…성기훈 죽어도 못 보낸 이정재 [쿠키인터뷰]

‘오겜’ 진짜 끝…성기훈 죽어도 못 보낸 이정재 [쿠키인터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주연 배우 이정재 인터뷰

기사승인 2025-07-03 16:53:00
배우 이정재.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 된 배우가 있다. 바로 전 시즌의 주인공 성기훈 역을 맡은 이정재다. 3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아직은 실감이 안 난다. 워낙 오래 하기도 했고”라며 멋쩍게 웃었다. 자그마치 5년 넘게 함께 울고 웃었던 만큼, 성기훈과 작별 인사를 채 나누지 못한 모양새였다.

‘오징어 게임’은 K콘텐츠의 새 역사를 썼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누구도 대단히 기대하지 않았던 시즌1이 그야말로 초대박을 터트린 덕분이다. 이정재는 이 시리즈로 미국 방송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인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황동혁 감독 역시 감독상을 받으며, 비영어권 감독으로서 ‘최초’ 기록을 세웠다.

이같은 신드롬급 인기에 힘입어, 당초 시즌제가 아니었던 ‘오징어 게임’은 시즌2와 시즌3로 전 세계 시청자를 다시 만나게 됐다. 이정재는 작품을 마무리한 소회로 “무엇보다 큰 경험 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며 “그런 면에서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관심도 사랑도 많이 받았다. 반응을 찬찬히 더 보면 좋을 것 같다. 이제 진짜 끝이다. 이렇게 얘기할 기회가 또 있을까 싶다”며 생각에 잠긴 듯 말을 천천히 이어갔다.

‘오징어 게임’은 팬덤이 생기면 시즌이 계속되는 해외 시리즈와 다르게, 시즌3으로 끝을 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실상 시즌2다. 후반작업 등 현실적 이슈로 시즌을 나누어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이정재는 황동혁 감독을 ‘작가’라고 칭했다.

“워낙 크게 성공했잖아요. 그러면 빅 프랜차이즈 프로젝트가 진행되거든요. 그런데 (황동혁 감독은) 그런 성공을 누리기보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시즌3까지 하는 용기에 놀랐죠. ‘이 사람은 성공, 일의 연장보다 작품성에 집중할 만큼 애정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작가구나’라는 인상이 가장 강했죠.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요. 그래서 그 결정을 따르기로 했어요. 시즌2도 큰 사랑을 받았으니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거예요. 저는 최대한 맞추려고 했어요.”

자신에게 최고의 영광을 안긴 캐릭터와 헤어져야 하는 배우로서는 아쉬울 법하다. “작품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초반에는 캐릭터 잡기가 어렵고, 어떤 방향으로 연기해야 하는지,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그런데 촬영할수록 시간이 지나갈수록 익숙해지고, ‘내가 많이 작품에 빠져 있구나’라고 느끼면서부터는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면서 더 오래 해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래서인지 시원하다는 마음이 잘 안 들어요. ‘이렇게 끝인가’ 같은 아쉬움이 많이 생겨요.”

배우 이정재. 넷플릭스 제공


그러나 다음 시즌이 기적적으로 나온다고 한들, 성기훈이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성기훈은 마지막 게임에서 준희(조유리)의 아기를 살리기 위해, 두 번째 우승을 코앞에 두고 스스로 게임에서 탈락하는 결말을 택했다. 기훈의 승리를 바랐던 일부 시청자는 이러한 엔딩에 실망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정재는 “저는 객관적일 수가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5~6년을 했어요.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어요. 오히려 ‘이런 의도로 만들었으니까 저희를 이해해 주십시오’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만약 영화였다면 ‘저라면 이렇게 했을 것 같아요’, ‘관객분들이 이런 기대감이 있으셨을 수 있어요’처럼 얘기할 수 있을 텐데 저는 너무 오래 했죠. 감독님이 여러 버전을 너무나도 고민하셨고, 고르는 과정에서도 고심이 깊으셨어요. 어떤 엔딩이라도 잘 선택하셨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황동혁 감독이 마음고생을 했다면, 이정재는 주연의 책임감으로 몸고생을 자처했다. 취재진이 1년 가까이 찐 채소를 먹었다는 황 감독의 증언을 언급하자, 이정재는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지지 받은 적은 없었다. 최대한 노력을 해보고 싶었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더 하려고 했는데, 그 무엇 중 하나가 외형적인 변화를 조금씩이라도 보여드리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 즐거운 회식도 마다하고, 점심 시간에 같이 못 먹었죠. 세트장에 밥차가 항상 있는데 거의 못 갔고요. 한 10kg 뺀 것 같아요. 게임장이라도 기본적으로 밥은 먹이잖아요. 김밥도 주고 도시락도 주고 빵도 주고. 근데 기훈이가 과연 먹을까? 안 먹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스트레스를 받고 패닉이 쌓이다 보면 신체가 마른 오징어 같이 쪼그라들잖아요. 그런 부분이 화면에 잘 묻어나면 어떨까 했어요.”

이런저런 평이 있더라도 가시적으로 ‘오징어 게임’은 시즌3마저 성공을 거뒀다. 공개하자마자 93개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정재는 이제 기록에 욕심이 없겠다는 말에 “(성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굳이 의미를 따진다면 ‘오징어 게임’을 안 봤다고 해도 있다는 건 다 알지 않나”라고 자부했다.

“‘오징어 게임’ 때문에 한국 콘텐츠를 보기 시작했다가 한국 예능을 보고, 그런 사례들이 있더라고요. 한국에 대한 관심도도 나날이 올라가면서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이 생겼고요. 이 부분이 가장 큰 의미 아닐까 해요. 문화산업뿐만이 아니라 모든 산업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당연히 이정재의 삶도 바뀌었다. “어딜 가도 알아보세요. 신기할 정도로요. 같은 동양 사람들이 단번에 알아보는 경우는 있어도, 서양 사람들에게는 동양 사람들이 비슷해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었어요. 그런데 너무 금방 알아보세요. ‘오징어 게임’이 정말 대단하구나, 진짜 많이 알려졌구나 싶어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꿈 같은 일이죠. 이러한 현상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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