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대출규제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속 대책을 예고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추가 규제 카드를 꺼낼 경우, 주택시장과 대출 수요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투기적 수요가 부동산 시장을 매우 교란하고 있다”며 “이번 대출규제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확대책, 수요 억제책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다”며 “이제 부동산보다는 (투자를) 금융시장으로 옮기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전면 금지 △주담대 한도 6억원 상한 △생애최초 구입자 대상 LTV 80→70% 축소 및 6개월 내 전입 의무 △신용대출은 연소득 이내 제한 등 강도 높은 규제를 발표했다. 여기에 스트레스 DSR 3단계 적용으로 수도권 모든 가계대출에 1.5%의 가산금리가 부과된다.
정부는 이번 가계부채 규제 효과에 일단 만족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폭등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규제 발표 이후 한 풀 꺾였다. 한국부동산원이 3일 발표한 6월 다섯째 주(30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0.43%)보다 0.40% 올랐다. 지난주(0.43% 상승)와 비교하면 오름폭이 다소 줄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전날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충청 타운홀 미팅’ 행사에서 6·27 가계대출 규제를 마련한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향해 “잘하셨다”며 공개 칭찬하기도 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시장 과열이 꺾이지 않을 경우, 추가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도한 빚을 내서 집을 사는 행태가 반복돼선 안 된다”며 “한정된 대출재원이 투기적 분야가 아닌 생산적 분야로 유입돼 경제회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력한 카드로는 △규제지역 LTV 추가 축소 △전세대출·정책모기지에 대한 DSR 적용 △주담대 한도 6억원에서 추가 하향 등이 꼽힌다. 현재 규제지역 무주택자에 대한 LTV는 현재 최대 50% 수준이지만, 이를 더 조여 주담대 한도를 2억~3억원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동안 서민 주거 안정을 이유로 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던 전세대출·정책대출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크다. 갭투자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집값 상승을 자극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국정기획위 보고에서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전세대출에도 DSR을 확대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에 대한 자본 규제도 강화될 전망이다. 주담대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더 많은 자본을 쌓게 하고, 자본 여력을 제한해 대출 공급을 조이는 방식이다. 은행 주담대에 위험가중치를 상향해 대출 총량을 줄이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동시에 금융당국은 사업자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자로 우회 사용하는 차주를 대대적으로 적발할 방침이다. 적발 시 대출금 회수는 물론 1차 적발 시 1년, 2차 적발 시 5년간 신규 대출을 금지한다. 국세청과 국토부는 자금조달계획서와 실거래 자료를 분석해 편법 증여, 자금 출처 불분명 거래 등에 대한 정밀 점검에 나선다.
세제 대책은 ‘최후의 카드’로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상은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이 대통령이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만큼 실제 적용은 유보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양도세 인상이 거래 절벽과 집값 급등으로 이어졌던 점도 변수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최근 라디오에서 “세금 조치는 마지막에 꺼낼 수 있는 수단”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규제는 단순히 집값 억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에 과도하게 몰린 시중 자금을 지방이나 주식, 벤처, 첨단산업 등 생산적 투자처로 유도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