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무제한 vs 착한 공사비…개포우성7차 놓고 ‘초격돌’

이주비 무제한 vs 착한 공사비…개포우성7차 놓고 ‘초격돌’

기사승인 2025-07-11 06:00:04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단지 전경. 조유정 기자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모두 적극적으로 홍보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디 한 곳 수주가 유력한 곳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치열한 상황입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인근 공인중개사 A씨)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두고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과 3위 대우건설이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물산은 혁신 설계, 대우건설은 파격적인 금융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개포우성7차 재건축조합은 다음 달 23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개포우성7차는 1987년 12월 준공된 최고 14층, 15개 동, 802가구 규모의 단지로 재건축 후 최고 35층·1122가구로 탈바꿈하게 된다. 조합이 제시한 총공사비는 6778억원이다. 시공사 입찰에서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2곳이 참여했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5년 만에 맞대결이 성사됐다. 양사는 2020년 5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에서 경쟁한 바 있다. 당시는 삼성물산이 대우건설을 꺾고 시공권을 따냈다.

개포우성7차는 용적률이 157%로 낮아 사업성이 우수한 단지로 꼽힌다. 이에 양사는 특화 설계와 금융 조건 등을 제시하며 조합원 표심 잡기에 나섰다. 

래미안 루미원 투시도. 삼성물산

먼저 삼성물산은 단지명으로 ‘래미안 루미원’을 제시하고 총 공사비 6757억원을 책정다. 3.3㎡당 공사비는 868만9000원이다. 글로벌 디자인 그룹 ‘아르카디스’와 협업해 빛을 강조한 외관 디자인과 입체적인 스카이라인을 부각시킨 설계안을 선보였다. 개포 지구 최대 규모 커뮤니티와 조합원 전 가구(769명)에 열린 조망을 보장하기도 했다. 조합의 원래 설계안은 14개동·3열로 배치하는 방안이었으나 삼성물산은 10개동·2열 대안설계를 제안했다.

또한, 막강한 신용을 기반으로 한 자금 조달 능력도 내세우고 있다. 삼성물산 신용등급은 한국기업평가 AA+, 주택도시보증공사 AAA다. 삼성물산은 업계 최고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필수사업비뿐 아니라, 추가 이주비(LTV 100% 이상)와 임차보증금 반환비용 등 사업촉진비를 한도 없이 최저 금리로 조달하겠다고 제안했다.

특히 ‘LTV 100%+@’ 수준의 추가 이주비를 제시하며 사실상 대출 한도 무제한을 공약했다. 이는 정부의 6‧27 대출 규제 이후 추가 이주비가 수주전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부터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기본 이주비 한도가 6억원 이하로 제한됐다. 기존에는 조합원 자산에 따라 10억~20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으나 자산과 상관없이 6억원 제한이 생긴 것이다. 이로 인해 건설사의 추가 이주비 조달이 수주전 변수로 떠올랐다.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은 “래미안 루미원에는 기존 주거의 모든 기준을 뛰어넘는 다양한 차별화 제안이 담겨있다. 개포 지역 최고의 자부심과 독보적 가치로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써밋 프라니티 외관. 대우건설

대우건설은 단지명으로 ‘써밋프리니티’를 제안했다. 총 공사비는 6778억원으로 3.3㎡당 공사비는 868만9000원이다. 최근 강남권 하이엔드 재건축의 핵심 기준인 ‘스카이브릿지’와 전 세대에 남향 조망권 확보를 제안했다. 특히 스카이브릿지는 90m로 개포 최장 길이다. 대우건설은 서초 푸리지오 써밋, 과천 푸르지오 써밋, 더비치 푸르지오 써밋 등 스카이 어메니티 시공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최고의 건축 거장으로 꼽히는 장 미셸 빌모트가 총괄 디렉터를 맡았다. 이 외에도 총 8인의 월드클래스 파트너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인다. 

대우건설은 책임준공확약서를 제출하고 착한 공사비를 내세웠다. 책임준공확약서는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사유를 제외하고 시공사가 공사중단 없이 공사를 약정기간 내에 완료할 것을 약속하는 서류다. 공사비 분쟁으로 공사중단 사례가 늘면 책임준공확약서는 조합의 핵심 안전장치로 인식되고 있다.

사업비 대여 금리와 분담금 납부 방식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우건설이 제시한 사업비 대여 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0%로, 정비사업 최저 수준이다. 추가 공사비는 LTV 50%를 약속했다. 또한, 대안설계 적용에 따른 인허가 비용과 착공 전 각종 비용(측량비·지질조사비·풍동실험비) 등을 30억원까지 부담할 계획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개포우성7차에 제안한 당사의 역대급 사업조건은 이익보다는 조합원의 마음을 얻는데 혼신을 다하겠다는 김보현 사장의 의지와도 일치한다”며 “누구보다 오랜 시간 고민하고 준비해왔던 우리의 진심이 전달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열과 성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업계 전문가는 금융 조건이 시공권을 판가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정부 대출 규제 이후 정비 사업에서 대출 한도나 시공사의 자금 조달 능력이 중요해졌다”며 “과거보다 조합원들이 금융 조건들을 더 눈여겨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조합원들도 규제 이후 금융 조건을 눈여겨보고 있다. 개포우성7차 조합 관계자는 “새 정부 이후 정책이 바뀌면서 금융 조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특히 추가 이주비에 대한 질문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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