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 문경 캠퍼스, 외국인 직업 훈련소로 ‘전락’ 하나?

숭실대 문경 캠퍼스, 외국인 직업 훈련소로 ‘전락’ 하나?

문경시 유치조건, ‘의과대학 설립’→‘글로벌 캠퍼스’로 수정 제안 논란
신 시장 1호 공약 두고 ‘갈팡질팡’ 행정 난맥상 드러내…시민 비난 쏟아져

기사승인 2025-07-13 11:42:34
문경시청 전경.

문경시가 숭실대 유치조건으로 내세운 의과대학 설립 대신 ‘글로벌 캠퍼스(외국인 전담학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다.

당초 숭실대 문경 캠퍼스를‘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설립’을 통해 의학 전문 특성화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에서 크게 후퇴한 모양새다. 

문경시는 앞서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설립’이 사실상 어렵게 되자 간호학과와 도자기학과 등 문경지역 특성화 학과 신설로 수정 제안한 바 있다.

이처럼 문경시가 신현국 시장 1호 공약을 두고 갈팡질팡 오락가락 갈피를 못잡는 행정의 난맥상을 여과없이 드러내자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관련 기사-본지 10일자 ‘문경시, 숭실대·한국체육대 유치 무산 위기’. 11일자 ‘숭실대 유치 첫 삽도 못 뗐는데 실적 30%?…부풀리기 논란’)   

13일 문경시 등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숭실대에 유치조건으로 ‘숭실대 글로벌 캠퍼스(외국인 전담학과)’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캠퍼스는 KTX문경 역사 인근에 조성할 예정이며, 건립 비용은 문경시가 전액 부담하는 조건이다.

‘글로벌 캠퍼스’는 문경시가 실시한 ‘숭실대 문경캠퍼스 설립 타당성 조사연구 용역’에도 나온다.

이번 용역은 숭실대 유치 조건인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설립을 통한 의학전문 특성화대학 육성’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행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기대와 달리 문경대와의 통합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용역은 한국생산성본부가 지난 2023년 6월 14일부터 10월 11일까지 이뤄졌다.

발주는 문경보건소 보건사업과에서 의뢰했으며, 용역비용으로는 총 2억 2500만원 예산이 투입됐다.

대형 정책 프로젝트의 경우 통상적으로 기획부서에서 담당하는 것과는 달리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는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설립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용역에 따르면 정부·지역 주력산업 연계 외국인 유학생 전담10개 학과에 입학정원 1000명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경북 주력산업과 연계한 6개 학과 600명, 정부 주력산업 및 숭실대 특성화 분야 연계한 2개 학과 200명, 외국인 유학생 선호 2개 학과 200명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기숙사 건립에 따른 비용 부담 최소화를 위해 임대형 민간투자사업인 ‘BTL(Build-Transfer-Lease)’ 방식도 제안했다.

BTL방식의 경우 초기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담은 없으나 계약기간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캠퍼스가 부실하게 운영될 경우 시민들이 장기적으로 재정적 부담을 온전히 안아야하는 단점도 있다.

이런 가운데 문경시가 KTX문경 역사 인근에 건립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조건으로 캠퍼스 건립을 제안한 것이 알려지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기대했던 숭실대 문경 캠퍼스가 자칫 외국인 노동자 직업교육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모전동에 사는 A씨(45세)는 “3년 전 지방선거에서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유치할 것이라는 공약을 믿고 현 시장을 지지했는데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면서 “공약은 시민과의 약속인데 너무 가볍게 여겼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했던 지역 상인들의 탄식도 나오고 있다.

중앙시장 상인 B씨(65세)는“4년제 대학과 종합병원이 문경에 온다고 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 했다”면서 “앞으로는 꼭 지킬 약속만 하길 바란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자영업을 하는 C씨 (38세)도“애당초 지키지 못할 공약으로 시민을 속인 것”이라면서 “시민을 향한 희망 고문을 멈춰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문경시 관계자는“현실적으로 숭실대 캠퍼스 유치사업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건 사실”이라면서 “숭실대 글로벌 캠퍼스도 여러 가지 방안 중에 하나로 검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경시는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설립이 어렵게 되자 지난 3월부터 숭실대 문경캠퍼스 유치 업무를 문경보건소에서 정책기획단으로 이관해 추진하고 있다. 
노재현 기자
njh2000v@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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